살아서 지옥을 본다
오정방
마치 지옥 같다
살아서 생지옥을 보는 것 같다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소돔과 고모라 성이 자꾸 연상된다
이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단어가
오늘 여기에 다 모였다
침몰 파손 붕괴 공황 폐허 좌절 애통 재앙 죽음
약탈 강간 폭행 총격 공포 유린 오염 질병 시체
아수라장 아비규환 망연자실 속수무책 무법천지
카타리나가*
큰 기침 한 번 하면서 지나간 것 뿐인데
뜨거운 날씨에 그저 땀 좀 흘린 것 뿐인데
물이 많아 홍수로 넘쳐도
정작 마실 물이 없어 갈하다
말, 말은 억수로 많은데
이재민에게 진정 위로될 말은 적어 슬프다
바람 앞에 먼지같은 인생
폭풍 앞에 티끌같은 인생
춤을 춘다고 다 흥이 나는 것이 아니군
숨을 쉰다고 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니군
<2005. 9. 3>
*8월 29일 새벽, 초대형 허리케인 ‘카타리나’가
미국 동남부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인근을 강타하여 수 천명의 인명피해와 9.11을
능가할만한 재산손실을 입혔다.
현대시
2015.08.18 04:50
살아서 지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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