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18 04:51

등산화를 손질하며

조회 수 1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산화를 손질하며

  오정방
  

  

오랜만에
참으로 오래간만에
너와 마주한다

이민 보따리 속에 싸여
함께 태평양을 건넌지 18년
네게 한동안 무심했던 것 미안하구나

수 많은 고국의 산길을
너와 같이 걸었던 기억이사
이제 와서 새삼 열거하여 무엇하리

수십년 인고의 세월에
오직 주인의 안전만을 위하느라
너의 콧잔등엔 영광의 상처가 선명하고
바닥 밑창은 적지 아니 닳아졌으나
치수는 오랜 우정처럼 변함이 없구나

문득, 등산화 바닥 잇새에 끼인 하얀 돌
어디서 옮겨 온 것인지를 재어보다가
도무지 기억해낼 수 없는 생각을 그만 접고
발바닥 깔창과 구두끈을 점검해준 뒤
카펫 위에 하룻밤 편안한 잠을 재우며
등산화를 향해 조용히 속삭인다

‘내일 함께 즐거운 산행을 하자꾸나’
하고

                     <2005. 9. 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 현대시 노인老人 오정방 2015.09.14 52
123 현대시 꿈처럼, 바람처럼 오정방 2015.09.15 52
122 현대시 팔불출八不出 오정방 2015.08.17 51
121 현대시 페달을 밟아주지 않으면 자전거는 굴러가지 않는다 오정방 2015.08.29 51
120 현대시 한 여름에도 고뿔이 든다 오정방 2015.09.10 51
119 현대시 지금 독도가 궁금하다 오정방 2015.08.18 49
118 현대시 추운 겨울이 보인다 오정방 2015.08.25 49
117 현대시 입춘立春에게 묻다 오정방 2015.08.26 49
116 현대시 연鳶은 연줄 길이만큼만 날아오른다 오정방 2015.09.14 49
115 현대시 그런 마을에서 오정방 2015.08.12 48
114 현대시 오수午睡 오정방 2015.08.12 48
113 현대시 가을이 울고 있다 오정방 2015.08.18 48
112 현대시 ...까지도 사랑 오정방 2015.08.25 48
111 현대시 어떤 이혼 오정방 2015.08.26 48
110 현대시 축도의 노래 오정방 2015.09.10 48
109 현대시 월드컵 16강, 그 마지막 관문! 오정방 2015.09.16 48
108 현대시 깊어가는 가을 오정방 2015.09.16 48
107 현대시 기념시/ 역사를 교훈으로! 오정방 2015.09.16 48
106 현대시 야생화野生花 오정방 2015.08.18 47
105 현대시 40. 독도호獨島號는 지금 잘있는지? 오정방 2015.08.26 47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23 Next
/ 23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0
어제:
5
전체:
193,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