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장에서
- 2005, 을유년을 보내며
오정방
새해 병술년의 아침이 밝기도 전인
을유년의 마지막 저녁 시간에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내 지체들을 다독거리며
1년 365일을 샤워로 말끔이 씻어댄다
골 때리는 일을 만났어도 터지지 않았던 머리통 하며
흴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검은 머릿카락 하며
제 기능을 잘 감당해 주었던 이목구비와 수족들을
慧英?nbsp;비누로 문지르며 따뜻한 물로
감사하단 말을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며 부벼댄다
가장 애쓰고 수고를 많이하였다고 생각되는 손,
오른손바닥으로 왼손을
왼손바닥으로 오른손을 위로하면서 문질러 주고
70키로그램의 썩어질 육체를 1년간 잘 지탱해 준
두 다리, 두 발, 열 발톱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특별히 한 번씩 더 씻어내는 부분은
듣지 않아도 좋았던 것을 들었던 귀,
안보아도 되었던 것을 보았던 눈,
혹시나 상처주는 말을 했을지도 모를 입
<2006. 1. 2>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 | 현대시 | 하지夏至 | 오정방 | 2015.09.01 | 15 |
23 | 현대시 | 하프 돔(Half Dome) | 오정방 | 2015.09.25 | 68 |
22 | 현대시 | 하현下弦달 | 오정방 | 2015.09.14 | 93 |
21 | 현대시 | 학鶴은 소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는다 1 | 오정방 | 2015.08.27 | 135 |
20 | 현대시 | 한 여름에도 고뿔이 든다 | 오정방 | 2015.09.10 | 51 |
19 | 현대시 | 한강을 건너 라인강으로!(독일 월드컵 D-17) | 오정방 | 2015.08.27 | 173 |
18 | 현대시 | 한국 스포츠, 만리장성은 알고 있다 | 오정방 | 2015.09.10 | 99 |
17 | 현대시 | 한국의 마타하리, 여간첩 원정화 | 오정방 | 2015.09.10 | 221 |
16 | 현대시 | 한국전쟁, 잊지 못할 70년 세월 | 오정방 | 2023.07.28 | 21 |
15 | 현대시 | 함박눈 | 오정방 | 2015.08.25 | 38 |
14 | 현대시 | 행복은 성격순이다 | 오정방 | 2015.09.01 | 102 |
13 | 현대시 | 행복은 전염된다 1 | 오정방 | 2015.09.10 | 239 |
12 | 현대시 | 행복한 사람 | 오정방 | 2015.08.25 | 36 |
11 | 현대시 | 행복한 아침 | 오정방 | 2015.09.01 | 150 |
10 | 현대시 | 혼자서는 | 오정방 | 2015.09.10 | 87 |
9 | 현대시 | 홍시紅枾를 딸 때에는 | 오정방 | 2015.08.29 | 119 |
8 | 현대시 | 화살이라도 받아내야 한다!(독일 월드컵 D-3) | 오정방 | 2015.08.27 | 128 |
7 | 현대시 | 황금돼지란 없다 | 오정방 | 2015.08.29 | 189 |
6 | 현대시 | 황혼 | 오정방 | 2015.09.08 | 57 |
5 | 현대시 | 효자손 | 오정방 | 2015.08.18 | 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