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장에서
- 2005, 을유년을 보내며
오정방
새해 병술년의 아침이 밝기도 전인
을유년의 마지막 저녁 시간에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내 지체들을 다독거리며
1년 365일을 샤워로 말끔이 씻어댄다
골 때리는 일을 만났어도 터지지 않았던 머리통 하며
흴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검은 머릿카락 하며
제 기능을 잘 감당해 주었던 이목구비와 수족들을
慧英?nbsp;비누로 문지르며 따뜻한 물로
감사하단 말을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며 부벼댄다
가장 애쓰고 수고를 많이하였다고 생각되는 손,
오른손바닥으로 왼손을
왼손바닥으로 오른손을 위로하면서 문질러 주고
70키로그램의 썩어질 육체를 1년간 잘 지탱해 준
두 다리, 두 발, 열 발톱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특별히 한 번씩 더 씻어내는 부분은
듣지 않아도 좋았던 것을 들었던 귀,
안보아도 되었던 것을 보았던 눈,
혹시나 상처주는 말을 했을지도 모를 입
<2006. 1. 2>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24 | 현대시 | 노인老人 | 오정방 | 2015.09.14 | 52 |
123 | 현대시 | 꿈처럼, 바람처럼 | 오정방 | 2015.09.15 | 52 |
122 | 현대시 | 팔불출八不出 | 오정방 | 2015.08.17 | 51 |
121 | 현대시 | 페달을 밟아주지 않으면 자전거는 굴러가지 않는다 | 오정방 | 2015.08.29 | 51 |
120 | 현대시 | 한 여름에도 고뿔이 든다 | 오정방 | 2015.09.10 | 51 |
119 | 현대시 | 지금 독도가 궁금하다 | 오정방 | 2015.08.18 | 49 |
118 | 현대시 | 추운 겨울이 보인다 | 오정방 | 2015.08.25 | 49 |
117 | 현대시 | 입춘立春에게 묻다 | 오정방 | 2015.08.26 | 49 |
116 | 현대시 | 연鳶은 연줄 길이만큼만 날아오른다 | 오정방 | 2015.09.14 | 49 |
115 | 현대시 | 그런 마을에서 | 오정방 | 2015.08.12 | 48 |
114 | 현대시 | 오수午睡 | 오정방 | 2015.08.12 | 48 |
113 | 현대시 | 가을이 울고 있다 | 오정방 | 2015.08.18 | 48 |
112 | 현대시 | ...까지도 사랑 | 오정방 | 2015.08.25 | 48 |
111 | 현대시 | 어떤 이혼 | 오정방 | 2015.08.26 | 48 |
110 | 현대시 | 축도의 노래 | 오정방 | 2015.09.10 | 48 |
109 | 현대시 | 월드컵 16강, 그 마지막 관문! | 오정방 | 2015.09.16 | 48 |
108 | 현대시 | 깊어가는 가을 | 오정방 | 2015.09.16 | 48 |
107 | 현대시 | 기념시/ 역사를 교훈으로! | 오정방 | 2015.09.16 | 48 |
106 | 현대시 | 야생화野生花 | 오정방 | 2015.08.18 | 47 |
105 | 현대시 | 40. 독도호獨島號는 지금 잘있는지? | 오정방 | 2015.08.26 | 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