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은 밤에 자란다
오정방
여성들은 잘 모를지 몰라도
남성들은 아침마다 전쟁이다
어제 아침도, 그제 아침도 그랬다
자기 전까지는 멀쩡하던 얼굴에
내가 잠든 밤 수염이
고몰 고몰 나 몰래 기어나와
눈 비비며 거울 앞에선 이 아침에
면도질을 바로 하지 않고는
그냥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만든다
낮에는 꼼짝않든 것들이
피곤한 육신이 잠든 틈을 골라
저는 자지 않고
밤에만 소복 소복 자라는가보다
아예 작정하고 한 석달 열흘쯤
면도질을 하지 않으면
내 꼴이 어떻게 변해버릴까,
여자에게 수염이 나지 않음은
얼마나 다행하고 복된 일인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계속 면도기를 돌려대고 있다
<2007. 1. 20>
현대시
2015.08.29 09:19
수염은 밤에 자란다
조회 수 100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4 | 현대시 | 지옥은 만원이다 | 오정방 | 2015.08.29 | 146 |
223 | 현대시 | 먹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 | 오정방 | 2015.08.29 | 22 |
222 | 현대시 | 악플 | 오정방 | 2015.08.29 | 59 |
221 | 현대시 | 엿치기 | 오정방 | 2015.08.29 | 228 |
220 | 현대시 | 찐쌀 | 오정방 | 2015.08.29 | 41 |
219 | 현대시 | 충주에 갈 일이 있거들랑 | 오정방 | 2015.08.29 | 208 |
218 | 현대시 | 시래기 죽粥 | 오정방 | 2015.08.29 | 245 |
217 | 현대시 | 바람의 집은 숲이다 | 오정방 | 2015.08.29 | 65 |
216 | 현대시 | 누가 내 근육을 못보셨나요? | 오정방 | 2015.08.29 | 61 |
215 | 현대시 | 양미리 | 오정방 | 2015.08.29 | 154 |
214 | 현대시 | 황금돼지란 없다 | 오정방 | 2015.08.29 | 189 |
» | 현대시 | 수염은 밤에 자란다 | 오정방 | 2015.08.29 | 100 |
212 | 현대시 | 내복을 입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1 | 오정방 | 2015.08.29 | 105 |
211 | 현대시 | 온돌방溫突房 | 오정방 | 2015.08.29 | 83 |
210 | 현대시 | 어떤 연기煙氣 | 오정방 | 2015.08.29 | 18 |
209 | 현대시 | 내 나이 66 1 | 오정방 | 2015.08.29 | 189 |
208 | 현대시 | 흔적 | 오정방 | 2015.08.29 | 41 |
207 | 현대시 | 태양은 오늘도 | 오정방 | 2015.08.29 | 104 |
206 | 현대시 | 아내 흉보기 | 오정방 | 2015.08.29 | 74 |
205 | 현대시 | 내가 못해본 일 두 가지 | 오정방 | 2015.08.29 | 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