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9.01 10:05

장례식장에서 내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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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내 모습을 본다

  오정방
  

  

처음부터 흙으로 빚어진 고인의 시체가
다시 본래의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눈을 감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반듯이 누워
상반신만 열어놓은 관이 중앙에 가로 놓였고
육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많은 조화들이
저마다 가슴에 이름표를 하나씩 달고
관 양 옆으로 병정처럼 도열해 섰는 장례식장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온 조문객들 사이에 앉아서
그 언젠가는 이런 장면을 맞이할 내 모습을 본다

영상화면으로 고인의 일생 중 삶의 편편들이
지금 유성처럼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저마다 고인과의 추억을 잠시나마 되새기고
장례식순에 따라 고인의 약력소개와
예배의 기도, 그리고 목사의 환송설교와
조사, 조가가 은은히 이어지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작별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멀지 않아 내가 맞이할 나의 장례식장 그림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며 말없이 지나가고 있다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일찌기 선택되어 보내어짐을 받아 사는 동안
과연 나는 지음 받은 목적대로 살아 왔던가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문하며
초라하고 작아지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한 사람의 진정한 평가는 관 두껑을 덮은 뒤라 했던가
사는 동안 그 영혼이 얼마나 깨끗하고 진실했는가는
목적을 갖고 지은 자의 판단기준에 따름임을 깨닫고서
죽음이란 현실앞에 두려움 없기를 바라며 옷깃을 여민다

<2007.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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