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9.12 06:38

쥐와의 7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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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의 7일전쟁
  
  오정방
  
  
  
거라지 자동문이 두르르 올라가는 동안
중 쥐 한 마리 쏜 살같이 몸을 감춘다
차고에 쌓아둔 쌀포대를 대충 정리하고
생각끝에 쥐덫을 놓기로 했다
미끼가 무엇이 적당할까 궁리하다가
멸치 한 마리를 걸어 놓았다
이틀이 지났으나 그대로 남아 있기에
‘먹이가 맘에 들지 않나?’ 하고
비릿한 오징어 한 쪽으로 바꾸고 기다렸다
다시 이틀이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미국 쥐가 한국 오징어를 좋아할리 없지’ 하고
그 위에다 치즈를 듬뿍 발라 놓았다
또 이틀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감감이다
이웃에 소문을 내니까
미국 쥐들은 피넛 버터를 좋아 한단다
식품점에서 한 통을 구입, 맛도 보지않고
쥐덫에 넉넉히 얹어 놓았드니
웬걸 버터만 핥아먹고 달아났다
한 번 더 선심을 쓰기로 하고 양껏 발라놓은 뒤
다시 확인하니 피넛버터만 사고없이 실례했다
할 수 없이 쥐들이 먹을만한 것 말끔히 치우고
차라리 달아나라고 거라지 문을 열어두었는데
그 뒤로는 쥐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내가 승리한  것인가, 쥐가 패하지 않은 것인가?

< 2009.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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