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내 무덤 앞에서

by 오정방 posted Sep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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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 앞에서
오정방


고향 선산 양지 바른 남쪽 기슭
내 무덤 앞에 섰다
띠동갑 형님께서
죽어서도 형제들 모여 살자고
진작에 묘원을 꾸며 놓은
나의 빈 무덤이다

내가 한국에서 산다고 하면
영혼이 떠난 내 육신은
여기와서 누웠다가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여
나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아직 묘비석이 없는 것은
여태 살아 있다는 증거지만
언제까지 이 빈 무덤이
주인 없이 하냥 견뎌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죽기 전 미리보는 나의 빈 무덤

<2010.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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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은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