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동아줄 김태수
너의 하얀 가슴에 깃들여
슬피 울던 노랫가락이며
주위를 맴돌던 생각의 발자국들도
마음대로 떠나게 놓아주어라
시나브로 내리던 눈도
밝은 모습만 내보이고 있어
이제는 새처럼 날려보내도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그라지는 눈 동산 속에서
맑은 눈물짓고 아쉬움 흔들며 서 있지 않아도 된다
더는 바람맞고 갈라지는 마른 가지 붙들고
떨어지지 않으려 창밖에 오도카니 서서
하얀 슬픔 토해내지 않아도 된다
온몸이 녹아내릴 때까지
감싸고 피워내는
뜨겁고 빛나는 사랑이라니!
시릴수록 곱게 피어나
맨살 가지 껴안고
눈부시게 서 있었던 건
굳셈과 찬란함 뽐내려는 게 아니었다
찬바람 다녀가는 외로움 붙들고
무성한 내일을 속으로 키우고 있었던 거였다
꽃 진 다음 녹아 스민 그리움 달래려
온 힘 다해 내뿜다 부서지는 숨결이었다
푸른 싹은 아직 가슴 속 밑바닥에 숨어
헐렁한 인연을 채우는데
새 떼들은 벌써 날아올라
맑은 햇살을 쪼아대고 있다
투명한 씨앗들 물어오고 있다
시
2012.07.09 05:21
눈꽃[맑은누리문학 13년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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