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4
어제:
27
전체:
459,590


2002.11.21 12:12

상한 사과의 향기

조회 수 561 추천 수 7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상한 사과의 향기


    

                            홍인숙(Grace)




    벌레가 베어먹은 과일의 향이
    더 짙고 달다는 것을 알았다

    상처를 안아본 사람의 가슴이
    더 깊고 따습다는 것을 안 것처럼

    일상에 예기치 않던 일들이
    불쑥불쑥 찾아들면
    깊은 수렁을 허우적거리며
    날카로운 계단을 올랐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낯선 얼굴
    상처투성이 살갗을 부비며
    내려다본 저만치 아래
    어느새 훌쩍 커버린
    사과나무로 내가 서 있었다

    상한 사과의 짙은 향기처럼
    내게도 이젠 성숙의 냄새가 풍겨난다
    깊고 따뜻한 가슴도 만져진다

    허우적거리던 수렁 속에서
    소리 없이 자란 내가 대견스런 날

    눈부신 하늘이
    맑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린
    여름날의 오후처럼.


    (2002. 10.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작)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29
139 꿈의 마술사 홍인숙(그레이스) 2008.09.10 1013
138 존재의 숨바꼭질 1 홍인숙(그레이스) 2007.02.08 1175
137 삶과 풍선 홍인숙(그레이스) 2007.02.08 1210
136 저녁이 내리는 바다 1 그레이스 2007.02.08 971
135 내일을 바라보며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1032
134 불면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1112
133 늦여름 꽃 그레이스 2006.08.26 986
132 쓸쓸한 여름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844
131 밤이 오면 홍인숙(그레이스) 2006.05.05 915
130 무료한 날의 오후 홍인숙(그레이스) 2006.03.26 980
129 무명 시인의 하루 1 홍인숙(그레이스) 2006.03.25 1349
128 인연 (2) 그레이스 2006.03.23 936
127 밤비 그레이스 2006.03.18 871
126 그리움에 대한 생각 홍인숙(그레이스) 2006.03.18 842
125 마음 홍인숙(그레이스) 2006.03.18 828
124 오수(午睡) 1 홍인숙(그레이스) 2006.03.18 795
123 그날 이후 홍인숙(그레이스) 2006.03.04 707
122 시를 보내며 1 홍인숙(그레이스) 2006.03.04 724
121 어떤 반란 홍인숙(그레이스) 2006.03.04 732
120 길 위의 단상 1 홍인숙(그레이스) 2006.01.14 103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