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40
전체:
458,010


2002.11.21 12:12

상한 사과의 향기

조회 수 561 추천 수 7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상한 사과의 향기


    

                            홍인숙(Grace)




    벌레가 베어먹은 과일의 향이
    더 짙고 달다는 것을 알았다

    상처를 안아본 사람의 가슴이
    더 깊고 따습다는 것을 안 것처럼

    일상에 예기치 않던 일들이
    불쑥불쑥 찾아들면
    깊은 수렁을 허우적거리며
    날카로운 계단을 올랐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낯선 얼굴
    상처투성이 살갗을 부비며
    내려다본 저만치 아래
    어느새 훌쩍 커버린
    사과나무로 내가 서 있었다

    상한 사과의 짙은 향기처럼
    내게도 이젠 성숙의 냄새가 풍겨난다
    깊고 따뜻한 가슴도 만져진다

    허우적거리던 수렁 속에서
    소리 없이 자란 내가 대견스런 날

    눈부신 하늘이
    맑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린
    여름날의 오후처럼.


    (2002. 10.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작)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139 쓸쓸한 여름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843
138 신기한 요술베개 홍인숙 2004.07.05 1165
137 시심 (詩心) 홍인숙 2004.06.29 468
136 시를 보내며 1 홍인숙(그레이스) 2006.03.04 721
135 슬픈 사람에게 홍인숙(그레이스) 2008.09.10 901
134 스무 살의 우산 2 그레이스 2010.09.23 1229
133 수술실에서 홍인숙 2002.11.14 451
132 손을 씻으며 그레이스 2006.01.05 681
131 소용돌이 속에서 홍인숙(그레이스) 2005.07.31 542
130 서울, 그 가고픈 곳 홍인숙 2002.11.14 470
129 새해 첫날 홍인숙 2004.01.05 550
» 상한 사과의 향기 홍인숙 2002.11.21 561
127 상처 홍인숙 2004.06.18 424
126 삶이 슬퍼지는 날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3 562
125 삶의 뒷모습 <시와 시평> 홍인숙 2003.11.05 548
124 삶과 풍선 홍인숙(그레이스) 2007.02.08 1206
123 사랑한다면 홍인숙(Grace) 2010.02.01 775
122 사랑의 약속 홍인숙 2003.02.14 443
121 사랑의 빛 1 홍인숙(Grace) 2016.11.22 117
120 사랑의 간격 2 홍인숙 2004.06.18 43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