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6
어제:
31
전체:
1,293,648

이달의 작가
2007.02.14 08:52

고등어를 손질하다

조회 수 10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등어를 손질하다/오연희


벌떡 헤엄쳐 나갈 것 같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등어 한 마리를
도마 위에 올린다
서슬 퍼런 칼로 목을 겨누다가
내리친다
팔로 전해오는 감이 써늘하다
뜨거운 물결 파르르 가슴에 인다

툭 떨어져 나간 덩어리
잠시 망을 빼놓은 디스포절(disposal) 구멍 속으로 쑥 들어간다
‘마저 손질하고 꺼내야지…’ 라던 생각 잊어버리고
스위치를 올린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튀어 오른 고등어 대가리
“네가 날 죽였지?”
입을 쩍 벌리고 덤벼든다
‘악!’
비명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만일로 이만일로…
두근대는 가슴 힘주어 쓸어 내린다

잠자고 있던 두려움들 일제히 일어나
내 속 와르르 무너지는 이런 날은
변명할 여지없이
산에, 바다에, 하늘에 묻는다
아니 시에 묻는다.
핏물 흥건히 베어 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 왕의 남자 오연희 2006.06.14 776
96 다이어리 1 오연희 2007.01.24 772
95 숨쉬는 것은 모두 빛이다 오연희 2006.07.05 771
94 시월의 시카고 오연희 2004.10.27 770
93 창밖을 보며 오연희 2004.11.10 768
92 가을 오연희 2005.10.05 761
91 광주에 가다 1 오연희 2005.03.02 752
90 따땃한 방 오연희 2004.08.05 752
89 개에 대하여 1 오연희 2005.02.02 750
88 Help Me 1 오연희 2006.07.13 748
87 낮잠 오연희 2004.05.22 748
86 그랜드 케뇬 1 오연희 2006.06.14 743
85 김치맛 오연희 2003.07.08 742
84 휘둘리다 오연희 2006.08.23 741
83 오연희 2006.08.09 740
82 그런 날은 1 오연희 2006.01.11 740
81 한지붕 두가족 오연희 2006.02.23 739
80 아버지의 자전거 1 오연희 2005.03.16 735
79 러브 담은 입술 오연희 2004.05.18 734
78 내 추억의 집은 오연희 2004.05.05 73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