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9
어제:
37
전체:
1,293,801

이달의 작가
2007.01.10 08:10

밥솥

조회 수 655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밥솥/오연희

뒷마당 한 구석에
초라한 몰골의 밥솥 하나, 쪼그리고 앉아 있다
빙 둘러 붙어있던 걸치개는 부서져나가고
몸통만 덩그렇게 남은

저 알몸 속에서
부슬부슬 익어가던 구수한 살 내
벌떡벌떡 숨을 몰아 쉬던 입술
가슴을 열면 이팝꽃 눈부시던
풋풋한 한 시절 있었다

불더미에 얹혀서도 성급히 타오르지 않던
뭉근한 기력을 다한,
퍼주고 또 퍼주고
긁히고 긁혀 얇아진 바닥

탄탄하던 몸
봉긋 펼쳐져 날아갈 것만 같던 치마자락
그 윤기 흐르던 처음도
거친 마지막도
훌훌 털어버린, 허방 속에
햇빛과 바람
웬종일 소슬거리고 있다


YTN 방송 '동포의 창' 방영(2007. 2.22)
-'심상' 2007년 4월호-
  

?
  • 오연희 2015.08.12 16:51
    김진학 (2007-01-20 17:08:21)

    성숙하고 아름다운 시심을 훔쳐보고 갑니다.



    오연희 (2007-01-22 13:52:11)

    선생님...
    한국은 많이 춥지요?
    포근한 엘에이도 올겨울은 제법 쌀쌀합니다.

    짧은 흔적이지만 긴 무엇보다도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허 경조 (2007-01-23 11:03:42)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간의 흔적을
    아쉬어하는 마음이 늘어나나 봅니다.

    왜 그런가하고 생각해 봤더니 그 생각의 끝에 본향을 향한 마음이 꺠달아집니다.

    역시 좋은 시어와 시심에 감사드립니다.



    오연희 (2007-01-24 16:02:19)

    백지를 보면 캄캄해 질때가 있습니다.
    언어로 만들어지지 않는 생각 붙들고
    힘들어 할때..
    흔적이 주는 기쁨으로 용기를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송이 (2007-02-05 17:01:58)

    안녕요~
    필름이 20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ㅎㅎ 그래도 마음은 날마다 더 윤기나게 흐르겠지요~ ^^*



    오연희 (2007-02-06 11:42:31)

    송이시인..
    첫흔적이네..
    반가워라^^
    미주문협의 이뿐이 송이시인이 입주하니까
    온동네가...보글보글 꽃이 피는것 같아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 왕의 남자 오연희 2006.06.14 776
96 다이어리 1 오연희 2007.01.24 772
95 숨쉬는 것은 모두 빛이다 오연희 2006.07.05 771
94 시월의 시카고 오연희 2004.10.27 770
93 창밖을 보며 오연희 2004.11.10 768
92 가을 오연희 2005.10.05 761
91 광주에 가다 1 오연희 2005.03.02 752
90 따땃한 방 오연희 2004.08.05 752
89 개에 대하여 1 오연희 2005.02.02 750
88 Help Me 1 오연희 2006.07.13 748
87 낮잠 오연희 2004.05.22 748
86 그랜드 케뇬 1 오연희 2006.06.14 743
85 김치맛 오연희 2003.07.08 742
84 휘둘리다 오연희 2006.08.23 741
83 오연희 2006.08.09 740
82 그런 날은 1 오연희 2006.01.11 740
81 한지붕 두가족 오연희 2006.02.23 739
80 아버지의 자전거 1 오연희 2005.03.16 735
79 러브 담은 입술 오연희 2004.05.18 734
78 내 추억의 집은 오연희 2004.05.05 73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