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34
어제:
31
전체:
1,293,666

이달의 작가
2010.10.26 04:18

아버지 '었'

조회 수 11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버지 '었'/오연희



영이 떠난 몸은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섬뜩할 만큼 차가운 턱
“이마도 만져보고 볼도 만져보고 그러세요”
저승사자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젊은 장의사의 한마디
마음속도 꿰뚫는 영험함에 놀라 모두들 슬며시
아버지의 이마에 손을 얹는다

이생의 기운 드나들만한 구멍이란 구멍 모두 무명으로 채우다가
틀니 안 하셨섰..었...어요? 의아한 듯 묻는 장의사
(과거완료 ‘었’ 을 강조하느라 말을 더듬는다)
입맛이라도 쩝쩝 다시면 큰일이라는 듯 여지없이 틀어막는다
안 했어요. 느직하게 뒷북 둥, 울리는 엄마얼굴이 살짝 환하다

한줌의 재가 되어, 태평양 건너 당신아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어찌어찌
알아들은 마지막 말, 딸들을 황망하게 했던
아 아, 아버지 불속으로 드시는구나
앗 뜨거! 앗 뜨거! 복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동동거리며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어린 딸을 앞세운 어느 엄마의 사연이 아니더라도
벌떡거리는 몸 애써 붙잡는 사람들의 손에는 소주잔이 돌아가고
오래 곁을 지켜온 딸들은 합죽한 아버지 웃음 기어이 붙들고 늘어진다

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잔이면 족하시던
(당신이 한 게 뭐 있소? 타박소리 타작하듯 해대도 어허-,
외아들 눈감을 때 눈물 한 방울 없어 매정한 양반이라는 소리 들어도 어허-,
헛기침만 뱉으시던) 아버지
하늘과 땅 가지 못할 곳 없으시겠다
“한 달음에 만날 수 있을 테니 좋겠수!” 엄마의 마지막 핀잔에
어허-
벌떡 일어셨..섰...었겠다.



-미주문학 2011 가을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 적색 경고장 1 오연희 2006.01.25 686
56 젊은 장례식 오연희 2004.09.01 683
55 편지 오연희 2005.07.07 682
54 지문을 찍으며 1 오연희 2006.08.09 675
53 창세기 1 오연희 2005.03.03 672
52 인터뷰 1 오연희 2006.11.14 672
51 너는 오연희 2004.03.15 671
50 녹차를 마시며 오연희 2005.01.12 669
49 해부 오연희 2004.09.15 669
48 그럴듯한 계산법 1 오연희 2004.11.17 669
47 나이테 1 오연희 2006.11.14 669
46 길을 걷다보면 오연희 2004.11.17 667
45 침묵속으로 오연희 2004.02.27 666
44 온실 오연희 2006.09.06 664
43 밥솥 1 오연희 2007.01.10 655
42 넌 언제나 머뭇거려 오연희 2004.04.09 654
41 쉼표 오연희 2004.05.21 652
40 가을속으로 오연희 2004.08.23 648
39 어머니 오연희 2004.04.13 642
38 공작새 오연희 2013.08.15 642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