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7
어제:
44
전체:
1,293,536

이달의 작가
2007.02.14 08:52

고등어를 손질하다

조회 수 10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등어를 손질하다/오연희


벌떡 헤엄쳐 나갈 것 같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등어 한 마리를
도마 위에 올린다
서슬 퍼런 칼로 목을 겨누다가
내리친다
팔로 전해오는 감이 써늘하다
뜨거운 물결 파르르 가슴에 인다

툭 떨어져 나간 덩어리
잠시 망을 빼놓은 디스포절(disposal) 구멍 속으로 쑥 들어간다
‘마저 손질하고 꺼내야지…’ 라던 생각 잊어버리고
스위치를 올린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튀어 오른 고등어 대가리
“네가 날 죽였지?”
입을 쩍 벌리고 덤벼든다
‘악!’
비명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만일로 이만일로…
두근대는 가슴 힘주어 쓸어 내린다

잠자고 있던 두려움들 일제히 일어나
내 속 와르르 무너지는 이런 날은
변명할 여지없이
산에, 바다에, 하늘에 묻는다
아니 시에 묻는다.
핏물 흥건히 베어 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 안개 속에서 1 오연희 2007.06.13 1040
136 아픔에 대하여 오연희 2003.08.31 641
135 아버지의 자전거 1 오연희 2005.03.16 735
134 아버지 '었' 오연희 2010.10.26 1144
133 아마 릴리스 오연희 2013.10.05 434
132 신부엌떼기 오연희 2012.03.30 788
131 신기루 1 오연희 2007.03.14 826
130 시월의 시카고 오연희 2004.10.27 770
129 시나리오 오연희 2005.04.20 596
128 쉼표 오연희 2004.05.21 652
127 숨쉬는 것은 모두 빛이다 오연희 2006.07.05 771
126 술떡 1 오연희 2006.03.15 1427
125 손망원경 오연희 2005.06.15 709
124 셀폰 1 오연희 2005.11.09 1345
123 성탄카드를 샀네 1 오연희 2006.12.19 805
122 석류차는 어떠세요? 오연희 2004.01.09 891
121 생명 오연희 2005.08.03 714
120 새털 구름 오연희 2014.09.03 507
119 사진을 정리하며 오연희 2004.04.02 715
118 사우나탕에서 1 오연희 2006.11.14 78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