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그날이 오면

posted Dec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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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오연희

무심코 내다 본 창 밖
노란 잎 하나 내린다
마지막 인사처럼
마지막 눈물처럼
그 몸짓 사라진 자리에
아직은 아니라고
손 사래치며 울부짓는
얼굴 하나 보인다

시간이 숨을 죽이고
살아있는 것들이 일제히 눈을 감는다
여기까지 허락 된 인연이라고 다그쳐도
잠들지 못하는 긴 겨울
뿌리를 잘라 다시 싹을 틔운다 해도
네가 아닌바에는

수 많은 겨울이 지나
먼 그날이 오면
마른 가슴으로 그리워 할
그날이 오면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호흡을 하고
나도 살아 있었다는
그날이 오면
결국엔
나도 떠나야 하는
그날이 오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는
눈물로 범벅된 얼굴 하나
보인다



2005년 "심상" 5월호

2006년 10월호 코리안저널(재미동포 시인 수작시초대석)

시작노트

우린 모두 누군가의 곁을 떠나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다
내 조국, 부모형제, 친구, 이웃…
지금도 여전히
눈빛 다정한 이들 하나 둘 떠나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유난히 빛나는 눈빛 몇몇은
무심코 내다 본 창 밖
노란 잎 하나 속에 다시 살아난다.
가을은
떠나보낸 이의 처절한 몸짓과 함께
떠난 이와의 순간들이 선연하게 살아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