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75
어제:
24
전체:
1,292,618

이달의 작가
2007.01.10 08:10

밥솥

조회 수 654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밥솥/오연희

뒷마당 한 구석에
초라한 몰골의 밥솥 하나, 쪼그리고 앉아 있다
빙 둘러 붙어있던 걸치개는 부서져나가고
몸통만 덩그렇게 남은

저 알몸 속에서
부슬부슬 익어가던 구수한 살 내
벌떡벌떡 숨을 몰아 쉬던 입술
가슴을 열면 이팝꽃 눈부시던
풋풋한 한 시절 있었다

불더미에 얹혀서도 성급히 타오르지 않던
뭉근한 기력을 다한,
퍼주고 또 퍼주고
긁히고 긁혀 얇아진 바닥

탄탄하던 몸
봉긋 펼쳐져 날아갈 것만 같던 치마자락
그 윤기 흐르던 처음도
거친 마지막도
훌훌 털어버린, 허방 속에
햇빛과 바람
웬종일 소슬거리고 있다


YTN 방송 '동포의 창' 방영(2007. 2.22)
-'심상' 2007년 4월호-
  

?
  • 오연희 2015.08.12 16:51
    김진학 (2007-01-20 17:08:21)

    성숙하고 아름다운 시심을 훔쳐보고 갑니다.



    오연희 (2007-01-22 13:52:11)

    선생님...
    한국은 많이 춥지요?
    포근한 엘에이도 올겨울은 제법 쌀쌀합니다.

    짧은 흔적이지만 긴 무엇보다도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허 경조 (2007-01-23 11:03:42)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간의 흔적을
    아쉬어하는 마음이 늘어나나 봅니다.

    왜 그런가하고 생각해 봤더니 그 생각의 끝에 본향을 향한 마음이 꺠달아집니다.

    역시 좋은 시어와 시심에 감사드립니다.



    오연희 (2007-01-24 16:02:19)

    백지를 보면 캄캄해 질때가 있습니다.
    언어로 만들어지지 않는 생각 붙들고
    힘들어 할때..
    흔적이 주는 기쁨으로 용기를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송이 (2007-02-05 17:01:58)

    안녕요~
    필름이 20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ㅎㅎ 그래도 마음은 날마다 더 윤기나게 흐르겠지요~ ^^*



    오연희 (2007-02-06 11:42:31)

    송이시인..
    첫흔적이네..
    반가워라^^
    미주문협의 이뿐이 송이시인이 입주하니까
    온동네가...보글보글 꽃이 피는것 같아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 도너츠 오연희 2004.02.18 802
136 독을 품다 오연희 2015.08.29 243
135 들리지 않아 1 오연희 2007.01.10 634
134 디카시-노을 file 오연희 2023.07.18 92
133 따땃한 방 오연희 2004.08.05 751
132 또 하나의 하늘 1 오연희 2007.04.25 822
131 뜨는 별 file 오연희 2023.07.21 137
130 러브 담은 입술 오연희 2004.05.18 733
129 레돈도 비치에서 1 오연희 2004.08.21 852
128 릴레이 오연희 2006.05.24 788
127 말 걸기 1 오연희 2006.08.23 614
126 멀미 1 오연희 2007.03.14 1223
125 명당자리 1 오연희 2011.02.10 1184
124 목련꽃 피면 오연희 2005.01.26 705
123 무너지고 있다 1 오연희 2007.05.23 1039
122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오연희 2015.07.07 120
121 문학의 숲 1 오연희 2007.08.23 1406
120 뭉크의 절규 오연희 2008.04.18 1332
119 뭉클거림에 대하여 1 오연희 2006.10.11 824
118 바닷가에서 1 오연희 2008.05.30 145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