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7
어제:
7
전체:
1,293,429

이달의 작가
2010.10.26 04:18

아버지 '었'

조회 수 11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버지 '었'/오연희



영이 떠난 몸은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섬뜩할 만큼 차가운 턱
“이마도 만져보고 볼도 만져보고 그러세요”
저승사자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젊은 장의사의 한마디
마음속도 꿰뚫는 영험함에 놀라 모두들 슬며시
아버지의 이마에 손을 얹는다

이생의 기운 드나들만한 구멍이란 구멍 모두 무명으로 채우다가
틀니 안 하셨섰..었...어요? 의아한 듯 묻는 장의사
(과거완료 ‘었’ 을 강조하느라 말을 더듬는다)
입맛이라도 쩝쩝 다시면 큰일이라는 듯 여지없이 틀어막는다
안 했어요. 느직하게 뒷북 둥, 울리는 엄마얼굴이 살짝 환하다

한줌의 재가 되어, 태평양 건너 당신아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어찌어찌
알아들은 마지막 말, 딸들을 황망하게 했던
아 아, 아버지 불속으로 드시는구나
앗 뜨거! 앗 뜨거! 복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동동거리며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어린 딸을 앞세운 어느 엄마의 사연이 아니더라도
벌떡거리는 몸 애써 붙잡는 사람들의 손에는 소주잔이 돌아가고
오래 곁을 지켜온 딸들은 합죽한 아버지 웃음 기어이 붙들고 늘어진다

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잔이면 족하시던
(당신이 한 게 뭐 있소? 타박소리 타작하듯 해대도 어허-,
외아들 눈감을 때 눈물 한 방울 없어 매정한 양반이라는 소리 들어도 어허-,
헛기침만 뱉으시던) 아버지
하늘과 땅 가지 못할 곳 없으시겠다
“한 달음에 만날 수 있을 테니 좋겠수!” 엄마의 마지막 핀잔에
어허-
벌떡 일어셨..섰...었겠다.



-미주문학 2011 가을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7 그는 웃었다 오연희 2003.07.24 6644
216 우산속의 봄 오연희 2007.12.03 1658
215 자카란타 오연희 2008.05.30 1625
214 억새꽃 1 오연희 2008.09.17 1609
213 오월의 장미 오연희 2008.05.13 1604
212 파 꽃 1 오연희 2009.03.16 1483
211 오연희 2008.09.03 1477
210 누이 1 오연희 2009.08.13 1476
209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에 대하여 1 오연희 2008.03.03 1464
208 결혼기념일 1 오연희 2008.04.21 1464
207 바닷가에서 1 오연희 2008.05.30 1457
206 술떡 1 오연희 2006.03.15 1427
205 겨울 1 file 오연희 2008.01.15 1424
204 문학의 숲 1 오연희 2007.08.23 1406
203 나 가끔 1 file 오연희 2008.08.29 1392
202 가난한 행복 오연희 2008.05.13 1389
201 기둥 1 오연희 2007.08.28 1365
200 꽃 뿐이랴 1 오연희 2009.08.04 1356
199 셀폰 1 오연희 2005.11.09 1345
198 꽃, 뿐이네 1 오연희 2008.03.14 13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