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7
전체:
1,293,430

이달의 작가
2012.03.20 08:05

블랙 엥그스

조회 수 7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블랙엥그스/오연희


 
사우스다코다에 가면
금빛 초원위를 노니는
세월좋은 검은소를 쉽게 만날수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나절
눈발이 휘날이는 들판에서
해가 지든말든 눈이 오든말든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데
영악한 사람들은 하늘을 가리는 어디론가 다 피하고
우둔한 저들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하얀 눈세상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축복의 크기를 확인하기에는
어둠 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듯
눈이 발하는 수억의 빛을 온 몸으로 읽으며
세상 여념없이 풀을 뜯고있는데
얼만큼 어두워 져야 집으로 돌아가는지
느린 저 걸음으로 밤새 다다를 집이 있기나 한지
혹은 저 들판이 바로 저들의 집은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다가

차든 집이든 건물이든
더 크고 더 멋진 곳에 몸 싣은 것을 지고의 낙으로 삼다가
자기몸 크기만한 관 속이나
혹은 한줌의 뼛가루를 담을 조그만 단지 속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결국과
그 인간들을 위해 한 몸 온전히 다 내주고 가는
저들의 결국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영혼 꼭 붙들고
가던 길 쪽으로 사라져 가는 일 외에
길이 없어

길을 간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7 침묵속으로 오연희 2004.02.27 666
196 너는 오연희 2004.03.15 671
195 사진을 정리하며 오연희 2004.04.02 715
194 넌 언제나 머뭇거려 오연희 2004.04.09 654
193 어머니 오연희 2004.04.13 642
192 내 추억의 집은 오연희 2004.05.05 733
191 러브 담은 입술 오연희 2004.05.18 734
190 쉼표 오연희 2004.05.21 652
189 낮잠 오연희 2004.05.22 748
188 인생, 그 세월의 강 오연희 2004.06.05 802
187 인생, 광야의 세월 오연희 2004.06.06 795
186 어느 여름날의 풍경 오연희 2004.08.05 705
185 따땃한 방 오연희 2004.08.05 752
184 원색의 삶 오연희 2004.08.08 1142
183 첫사랑처럼 오연희 2004.08.09 786
182 레돈도 비치에서 1 오연희 2004.08.21 854
181 일기 1 오연희 2004.08.22 702
180 가을속으로 오연희 2004.08.23 648
179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오연희 2004.08.26 782
178 젊은 장례식 오연희 2004.09.01 6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