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0
어제:
6
전체:
1,292,415

이달의 작가
2012.08.12 14:00

8월

조회 수 78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월/오연희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하늘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

  1. "나는 기쁘다"

  2.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에 대하여

  3. -도종환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를 읽고-

  4. 2023 한국일보창간 축시

  5. 5월의 이별

  6. 8월

  7. Help Me

  8. K시인 이야기

  9. YMCA

  10. ‘깜빡 깜빡'

  11. ‘모란각’에서

  12. 가고싶은 길로 가십시오

  13. 가난한 행복

  14. 가위질

  15. 가을

  16. 가을 길을 걷다가

  17. 가을속으로

  18. 가을연가

  19. 가을이 오면

  20. 개에 대하여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