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4
어제:
24
전체:
1,292,443

이달의 작가
2012.08.12 14:00

8월

조회 수 78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월/오연희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하늘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 여자, 내 자리 오연희 2011.02.10 953
36 귀향 4 오연희 2011.02.10 1306
35 명당자리 1 오연희 2011.02.10 1184
34 블랙 엥그스 오연희 2012.03.20 728
33 1 오연희 2012.03.20 894
32 뿌리 1 오연희 2012.03.21 891
31 신부엌떼기 오연희 2012.03.30 786
» 8월 오연희 2012.08.12 780
29 잠 속에서도 자란다 1 오연희 2012.08.12 835
28 공작새 오연희 2013.08.15 641
27 지구에 등불 밝히다 오연희 2013.08.15 426
26 아마 릴리스 오연희 2013.10.05 434
25 암초 오연희 2013.10.05 447
24 국화차를 마시며 오연희 2013.12.08 603
23 안단 오연희 2014.02.13 362
22 그래도 그 말 밖에 오연희 2014.02.14 710
21 그림1 - 모녀 오연희 2014.04.28 303
20 그림2 - 입맛 1 오연희 2014.05.22 406
19 기도 오연희 2014.09.03 231
18 새털 구름 오연희 2014.09.03 505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