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139
전체:
1,293,320

이달의 작가
2012.08.12 14:00

8월

조회 수 78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월/오연희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하늘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7 그는 웃었다 오연희 2003.07.24 6644
216 우산속의 봄 오연희 2007.12.03 1658
215 자카란타 오연희 2008.05.30 1624
214 억새꽃 1 오연희 2008.09.17 1609
213 오월의 장미 오연희 2008.05.13 1604
212 파 꽃 1 오연희 2009.03.16 1483
211 오연희 2008.09.03 1477
210 누이 1 오연희 2009.08.13 1476
209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에 대하여 1 오연희 2008.03.03 1464
208 결혼기념일 1 오연희 2008.04.21 1464
207 바닷가에서 1 오연희 2008.05.30 1457
206 술떡 1 오연희 2006.03.15 1427
205 겨울 1 file 오연희 2008.01.15 1424
204 문학의 숲 1 오연희 2007.08.23 1406
203 나 가끔 1 file 오연희 2008.08.29 1392
202 가난한 행복 오연희 2008.05.13 1388
201 기둥 1 오연희 2007.08.28 1365
200 꽃 뿐이랴 1 오연희 2009.08.04 1356
199 셀폰 1 오연희 2005.11.09 1345
198 꽃, 뿐이네 1 오연희 2008.03.14 13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