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25 23:25
불씨 / 김진학
그 골목 구멍가게에는 앞니 빠진 할머니가 살고있었다
감나무에서 하나둘 떨어지는 가을이 동짓달 기슭으로 걸어가고
겨울을 닮은 할머니의 얼굴이 물색하늘에 거울처럼 걸린다
감나무엔 아침마다 까치가 울어도 학교를 파하면
조무래기 몇 명 몰려와 과자부스러기를 사갈 뿐,
삐꺽이는 나무창문에 가끔씩 가난한 바람이 쏟아지면
졸던 누렁이가 굴러가는 붉은 가을을 쫓아가고 있었다
높아지다 못해 쓸쓸한 하늘로 돌아가기를
입버릇처럼 염원하는 할머니의 가슴이 태양처럼 타오르던 때가 있었다
동전 몇 닢만 해도 쌀 한 가마니를 쌀 수 있던 그 나이쯤의 불씨가 아직도 남아
굽어진 허리만큼 질곡[桎梏]을 살아 온 시간을 너머
군데군데 이 빠진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훨훨 타오르고 있었다
200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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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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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문인협회에는
오연희 작가님이 저희 동인이신데....
늘 건필하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레이스 (2005-01-27 00:14:14)
그런 제가 요즘 김진학 시인님의 시세계에 빠져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좋은 시인님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시인님의 글에 공감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앞으로 좋은 독자가 될 것을 약속드리며 더욱 건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연희 작가님을 지난 11월에 만났었는데 참 정다운 분이셨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시인님에 대한 공통화제가 한가지 생겨서
대화의 폭이 더 넓어질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