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2010.02.07 14:45
사랑하다 지치고 힘들면
나는 종종 막차를 탔다
청량리에서 안동 까지
낡은 의자에 기대어
아득한 잠속으로 빠져 들고는 했다
조금만,조금만 더 미련을 부리다가
막차 시간이 가까워서야
야위어진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이제는 잊어야지 돌아서는 순간까지
막차는 긴 호흡을 토해내며
어서 오라 소리쳐 불렀다
그리움에 지친 이들은 모두 잠이들고
잠들지 못해 가슴이 이픈 이들이
한숨처럼 뱉아내는 뿌연 담배 연기에
슬며시 잠에서 깨어나
어두운 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그리움을
가만히 불러 보고는 했다
한겨울의 차가운 눈발을 헤치며
막차는 반딧불같은 등을 켜고
구비구비 죽령고개를 넘었다
이제는 차마 돌아 갈 수 없는 먼 길을
허위허위 달려 온 막차는
차가운 길 위에서 곤한 잠이들고
홀로 잠들지 못한 나는
돌아 앉아 시발역이 된 종점에서
새벽안개 깨우며 떠나가는 첫차를
쓸쓸히 배웅 하고는 했다
나는 종종 막차를 탔다
청량리에서 안동 까지
낡은 의자에 기대어
아득한 잠속으로 빠져 들고는 했다
조금만,조금만 더 미련을 부리다가
막차 시간이 가까워서야
야위어진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이제는 잊어야지 돌아서는 순간까지
막차는 긴 호흡을 토해내며
어서 오라 소리쳐 불렀다
그리움에 지친 이들은 모두 잠이들고
잠들지 못해 가슴이 이픈 이들이
한숨처럼 뱉아내는 뿌연 담배 연기에
슬며시 잠에서 깨어나
어두운 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그리움을
가만히 불러 보고는 했다
한겨울의 차가운 눈발을 헤치며
막차는 반딧불같은 등을 켜고
구비구비 죽령고개를 넘었다
이제는 차마 돌아 갈 수 없는 먼 길을
허위허위 달려 온 막차는
차가운 길 위에서 곤한 잠이들고
홀로 잠들지 못한 나는
돌아 앉아 시발역이 된 종점에서
새벽안개 깨우며 떠나가는 첫차를
쓸쓸히 배웅 하고는 했다
댓글 4
-
최영숙
2010.02.07 23:10
-
강성재
2010.02.08 11:44
막차와 어울리는 이미지, 글쎄요 뭘까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조그만 시골역의 역장으로
근무 하셨지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막차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편 입니다
왜냐하면 막차를 보내고 나면 아버지가 퇴근 해 오시고
아버지 밥상앞에 고개를 들이 밀고 앉았다가
잡수시다 남긴 맛있는 반찬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사랑 혹은 그리움이라 하면
남녀간의 사랑을 떠 올리기 쉽지만
우리들 삶 전체를 사랑이라 할 수 있고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그리움이라
이미지화 시켜 본다면 막차의 의미가
좀 더 가슴에 닿을 듯 싶네요
눈 길 조심 하세요 -
Esther
2013.05.11 13:52
저는 이 詩가 제가 대학교 다닐때 사랑의 열병을 앓고 방황하던 그때의 향수를 가져다 주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저는 대구에 살았고...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 기차를 타고 무작정 혼자 다니던 그때... 그리운 사람을 잊지 못해 방황하던 그때.... 지금은 30년이 훨씬 더 지난 일이네요. 지금은 너무나도 아련해 생각조차 가물 가물한...그래서 가끔 저는 함중아가 부른 '네게도 사랑이'라는 노래 가사를 혼자 흥얼 거려 본답니다.
너무 공감가는 아름다운 詩입니다. 마음속으로 즐거움을 느끼고 갑니다. -
강성재
2013.09.17 06:14
사랑의 열병을 몹시 아프게 앓으셨나 봅니다. 우리시절의 기차는
참 많은 추억을 갖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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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립니다.
웹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시를 발견하면서
첫느낌이 그랬습니다.
사랑의 아픔, 미련, 그리움...막차, 안동, 그리고 첫차를
배웅하고...
그러고보니 저는, 그런 시간과 정서를 어디에다 파묻어버리고
있었는지 자신에게 의아했습니다.
그런 날도, 그런 일도 있었건만, 이제껏 덤덤히 살고 있는
이 산문적인 아줌마...
저는 기찻길 옆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기차는 무섭고
시끄럽고 괴물 같고 그랬어요.
방안으로 기차가 달려들어오는 것 같아서 자다가 후다닥
놀라기도 했지요.
청량리에서 안동가는 기차는 조용하고 아늑하고
쓸쓸하고...아픔을 달래주고...그렇네요.
갑자기 싸릿대로 제 종아리를 때려주고 싶어요.
정신차리고 일상의 산문에서 깨어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