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산책
2009.12.21 14:10
언 땅에서도 늘상 푸른 솔잎들아
내가 언제 양식이라도 될만한 거름을
거두어 본 적 있었던가
수액을 모두 빼앗긴 채 말라 죽은
일년생 들풀같은 몸이라도
지탱해 본 적 있었던가
언제부터 이 산길을 걸었는지도 모르는 석양녘
낮과 밤의 틈새에 끼인 심장은
아직 뜨겁다
돌부리에 걸려 흐르는 핏물을 본다. 보면,
언제나 푸른 솔잎과 쓸쓸한 오두막 하나와
자욱한 안개의 공포
숲속을 배회하는 바람은 비명을 지르고
돌부리에 휘감긴 풀잎은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발바닥을 찌른다
차마 먼 길 가지 못할것이나
슬프지 않다
슬프지 않음이나
아프지 않음이 아니다
새 한마리 풀잎에 걸린 씨앗을 물고 하늘을 난다
잘 익었으니 꽃 피울 것이다
오래 오래 피어 있을 것이다
13월의 아침에는
내가 언제 양식이라도 될만한 거름을
거두어 본 적 있었던가
수액을 모두 빼앗긴 채 말라 죽은
일년생 들풀같은 몸이라도
지탱해 본 적 있었던가
언제부터 이 산길을 걸었는지도 모르는 석양녘
낮과 밤의 틈새에 끼인 심장은
아직 뜨겁다
돌부리에 걸려 흐르는 핏물을 본다. 보면,
언제나 푸른 솔잎과 쓸쓸한 오두막 하나와
자욱한 안개의 공포
숲속을 배회하는 바람은 비명을 지르고
돌부리에 휘감긴 풀잎은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발바닥을 찌른다
차마 먼 길 가지 못할것이나
슬프지 않다
슬프지 않음이나
아프지 않음이 아니다
새 한마리 풀잎에 걸린 씨앗을 물고 하늘을 난다
잘 익었으니 꽃 피울 것이다
오래 오래 피어 있을 것이다
13월의 아침에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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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의 공포
숲속을 배회하는 바람은 비명을 지르고
돌부리에 휘감긴 풀잎은.... "
영국 요크셔 지방의 황량한 폐허 위에 서있는 집
한 채, 그 언덕 위로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바람.
그리고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캐서린의 목소리...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강시인님의 시를 읽고는
문득 떠오른 한 장면...
생각나는 대로 패러디해 본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입니다.
어쩐지 올해를 보내기가 아쉽고
그렇다고 새 해를 맞을 준비가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똑 잘라서 여기까지는 헌 해이오, 여기부터는
새 해이오, 그것도 동의가 안되고...
마치 시인님의 시처럼 슬프지는 않으나
아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