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로움에 대하여
2008.05.26 14:14
늦은 봄에도 산촌엔 눈이 내렸다.
어미 놓친 어린 노루새끼 한마리
눈밭 위에 엎어져 잠이든 사이에도 바람은 잠들지 못해
기나긴 겨울밤을 눈밝혀 지세웠고
산촌엔 아무도 찾아 오지 않았다
차가운 북풍에 길들여진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것에 대하여
생기 잃은 봄햇살이 담벼락에 기대어 게으른 몸뚱이를 뒤척이고
있는것에 대하여
아흔세살 옆집 할아버지 낡은 흔들의자에 흔들거리며 촛점 잃은
눈망울로 먼뎃산을 바라보고 있는것에 대하여
나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이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일상의 회전과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시간들
그럼에도 어딘가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는 열차에
내가 많은 승객중의 한사람이라는 것에 대하여
나는 전혀 아는바가 없다
어미 놓친 어린 노루새끼 한마리
눈밭 위에 엎어져 잠이든 사이에도 바람은 잠들지 못해
기나긴 겨울밤을 눈밝혀 지세웠고
산촌엔 아무도 찾아 오지 않았다
차가운 북풍에 길들여진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것에 대하여
생기 잃은 봄햇살이 담벼락에 기대어 게으른 몸뚱이를 뒤척이고
있는것에 대하여
아흔세살 옆집 할아버지 낡은 흔들의자에 흔들거리며 촛점 잃은
눈망울로 먼뎃산을 바라보고 있는것에 대하여
나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이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일상의 회전과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시간들
그럼에도 어딘가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는 열차에
내가 많은 승객중의 한사람이라는 것에 대하여
나는 전혀 아는바가 없다
댓글 2
-
경안
2008.05.29 03:46
-
강성재
2008.05.29 14:33
나의"나와 너의"나"가 타인일 수 밖에 없는, 혹자는 그를
일러 품성의 이중성이라 말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꼭
나쁜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직선으로 달리는 열차안에서 언제 종착점에 다다를지 모르는
초조함을 짐짓 권태롭다고 말 해 버리는 것 또한 그 이중성이 아닐런지요
꽃대와의 이별을 예감하고 꽃은
피지 않는다
그래서 제 몸을 때리는 바람과
속절없이 춤을 추고
제 살 위로 내리는 비에 뜻없이 젖는다
안경라의 원주일지 -어떤날의 삽화- 중에서
마지막날을 예정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겠지요
바람도 맞고 비에 젖기도 하면서 더러는 종종 걸음으로
더러는 늘어지게 하품도 하면서 그렇게 저렇게 살다 보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씨앗도 뿌리게 되는게
아닐까요.서럽게 이별을 할 것도 없고 나의 "나"와 너의
"나"가 다르다고 속상할 것도 없이 말이지요
폐차가 되어 버릴 정도로 큰 사고에서 무사 하셨다니
이는 분명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었나 봅니다
살림살이에 권태를 느끼실 틈이 없도록 열심히 쓰십시요
그것이 아마 그분의 뜻 일겝니다
경안시인의 시를 읽을 때 마다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편으로는 묘한 질투심 같은 것을 느낍니다
감히 라이벌이라 느낄 주제도 못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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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 뒷치닥거리하며 살림하는 일을
내가 감당할 수나 있을까, 혹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권태롭지나 않을까...염려하며
시작했던 새로운(?)생활도 벌써 한 달째 되어 갑니다.
교통사고로 차는 폐차 되었지만 몸은 성하여
그김에 일을 그만 두게 되었고 그러나
시간은 나의 '집중'을 위해 잠시도 멈추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는 열차'안에
나도 한 사람의 승객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저 역시
'전혀 아는바가 없'음을 또한 알게 됩니다.
'삶'의 밖에서
동적의'삶'속에 있는 '나'를 바로 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요.
어쩌면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가 타인일 수도...
어쩌지 못하는 삶의 계도안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