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고목

2006.11.05 12:27

강성재 조회 수:408 추천:91

아침이 산속보다
한뼘씩은 빠른 바다
그곳에 서면
반천년을 소금에 절어 산
고목을 만나게 된다

날마다 쓸쓸한 나이를 내려놓고
가끔씩은 바위가 되어버린
파도를 싣고 떠나는 뱃머리에
낡고 허물어진
기억들을 실어 보내고

갈매기 날개짓에
묻혀버린 낡은집 부서진 창너머로
조금씩 기울어져 가는
수평선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벌레먹은 나이테만
세고 앉아서

긴긴 그 세월을
고열로 몸살을 앓는 나무
세월을 지탱할 무게 조차
이제는 남아 있지 않아서

새하얗게 탈색된
그루터기에 묻힌
영욕의 흔적들을
해그림자가 발 아래서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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