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2007.04.09 00:54

강성재 조회 수:541 추천:112

어찌하여 이 꼴인가
아직도 가난의 허물 못 벗은
내 고향 *옹천
솔숲에 앉아서
솔방울 매만지며
여태도 허기진
아재 아지매들의
허리 꼬부러진 목소리가
바람 타고 올라와

이게 누고? 미국아재 아이씨껴?
*통기도 읍씨 우짠 일이씨더
보자, 한 사십년은 됐지 *아매도?
낯은 익은데
소리가 낯설구나
생각 나니껴 이 *소낭구?
저늠의 송구껍질 *엥가이도 벗겨가
*송구떡 징그럽게 해 먹었지러
허기사 그땐 사는게 사는거이 아녔응께

저승길이 낼 모래 같은
먼 촌 형수 송곡 아지매
아지매요 여태도 사는게 이리 힘드시니껴
아이씨더 울매나 조은 시상인디
천형같은 가난
대 물림 않으려고
억척같이 새끼 꼬고
품앗이 하더니
어찌 상기도 저리
서리맞고 사시는가

허물어진 돌담들이
부서져 딍구는 기왓장이
길손처럼 찾아든
옛주인의 가슴앓이를
말없이 지켜 보는데

풀뿌리 하나에도
돌멩이 하나에도
옛 꿈들이 숨쉬고 있어
차마 길손인양
떠날 수가 없구나


   옹천:경북 안동시 북후면 옹천동
   통기:기별   아매도:아마도
   소낭구:소나무   엥가이도:어지간히도
   송구떡:혹은 송기떡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서 밀가루에
          버무려 떡처럼 만들어 먹던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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