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28
어제:
110
전체:
1,296,735

이달의 작가
2012.08.12 14:00

8월

조회 수 78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월/오연희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하늘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9 1 오연희 2006.06.08 809
248 수필 [이 아침에] 이육사의 '청포도'는 무슨 색일까? 오연희 2013.09.25 807
247 성탄카드를 샀네 1 오연희 2006.12.19 805
246 사랑 1 오연희 2007.02.28 805
245 가위질 1 오연희 2005.04.20 802
244 도너츠 오연희 2004.02.18 802
243 인생, 그 세월의 강 오연희 2004.06.05 802
242 나의 아이들아 1 오연희 2007.02.28 799
241 구안와사 1 오연희 2006.01.01 796
240 인생, 광야의 세월 오연희 2004.06.06 795
239 5월의 이별 오연희 2006.06.14 788
238 릴레이 오연희 2006.05.24 788
237 신부엌떼기 오연희 2012.03.30 788
236 첫사랑처럼 오연희 2004.08.09 786
235 해 바라기 file 오연희 2004.09.29 786
234 사우나탕에서 1 오연희 2006.11.14 784
233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오연희 2004.08.26 782
» 8월 오연희 2012.08.12 782
231 낙엽주(落葉酒) 1 오연희 2004.11.10 779
230 왕의 남자 오연희 2006.06.14 776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