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참 길기도 하다. 분주한 하루를 보낸 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늦은 저녁 시간, '미스터 션샤인' OST를 들으며 애틋한 감상에 젖는다.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방영된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볼 만하다고 하도 떠들어대서 17회까지 방영된 시점에서야 보기 시작했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들 이야기'.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로맨스와 함께 흡인력이 어찌나 강하던지, 며칠 만에 제 방송 날짜를 따라잡을 정도로 몰입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맛난 음식 아껴먹듯 시간 여유를 가지고 봤어야 하는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딱 해치워버린 탓인지 OST에 나오는 저 장면이 어디쯤 있었지 가물가물한 곳이 적지 않다. 드라마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OST로 보는 '미스터 션샤인' 장면에 가슴 아련해 한다.
OST에 달린 댓글들 또한 얼마나 뜨거운지, 댓글만으로 편집해 놓은 영상에도 댓글이 올라온 것을 보며 관심의 농도를 실감한다. 세계 190여 개국 동시 방영된 만큼 해외의 반응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그런데 역시 일본인들의 반응을 모아놓은 글을 더 관심 있게 읽게 된다. 일본인 입장의 편치 않은 심기가 느껴지는 글이든,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 자체로 보는 부류든 드라마 속의 가슴 치는 사연들이 겹쳐져 조금 착잡해진다.
OST가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는 말은 종종 듣지만,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도 되는 양 흘려들었다. 그런데 노래 듣다가 '울었다' '오열했다' '통곡했다'는 수많은 댓글을 보며 OST의 극적 효과를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도 찾아본다. Original Soundtrack. 영화필름에서 소리가 기록되는 부분을 뜻하는데, 영상물의 배경 음악과 삽입곡 전부를 포함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OST는 해당 작품을 위해 작곡된 오리지널 연주곡을 실은 음반인데, 기존에 있던 음악이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되어 OST로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김범수의 '보고싶다'(2002) 가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에 들어갔다고 해서 '보고싶다'를 '천국의 계단 OST'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올바른 표현은 아니지만 뭉뚱그려 OST로 통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스터 션샤인' OST는 15곡이다. 600만 뷰를 바라보는 멜로망스의 '좋은 날'을 비롯해 박효신의 '그 날', 김윤아의 '눈물 아닌 날들', 이수현의 '소리' 신승훈의 '불꽃처럼 아름답게' 등 하나같이 가슴 절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백지영의 호소력 넘치는 음성과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세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애절함이 더해지는 'See You Again'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다. 죽음이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앞에 가슴 먹먹해 하며.
"국가가 흔들리면 개인의 삶이 얼마나 허망해지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OST 아래 달린 마음에 와닿는 댓글 한 마디 옮겨 놓으며, 이제 연말도 코 앞이고 'See You Again' 대신에 'Good By - 미스터 션샤인' 해야겠다.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8.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