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그 끔찍한 멀미/오연희
빌딩의 떨림이 온 몸으로 번져오는데 몇 초
소름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어떻게 만 연발하다가
곁에 있는 사람을 꽉 껴안았다
창 밖에는
놀라서 뛰쳐나간 사람들의
부르르 떠는 몸짓들이 보인다
머지않아 흔들림은 잦아들었지만
몸 구석구석 스며든 여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버스 기차 비행기 배…
멀미 약이라면 멀미가 날 정도로 많이 먹고 살았다
강력한 약 기운에 슬며시 꼬리를 내리던 의식
지구 안인지 바깥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다
몽롱한 어둠을 헤매는 동안
세상은 알아서 돌았다
멀미 때마다
부활의 기쁨처럼 내딛었던 땅
이젠 그마저 눈 똑 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입 쩍 벌린 아가리로 불길 활활 뱉어내다가
한 순간에 꿀꺽 삼켜 버릴지도 모르는
못 믿을 땅
하늘 뿐이구나
2008년 7월 29일
자연이란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오래전 큰 지진이 LA에 왔었을 때
어르신들이 우왕좌왕하며 밖으로 뛰어나오셨지만
노인을 돌보고 계셨던 친정어머니는
환자를 업고 7층 비상구 계단을 내려오신 적이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날 때면
용감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두려움의 제 멀미를 떨쳐봅니다.
감사하게 잘 읽고 갑니다.
오연희 (2008-08-04 22:38:25)
정말...천재지변 앞에서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는것 같아요.
상대를 생각하는 그런 행동 절대 아무나 못하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잃지 않는...어머니...세상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담에는 저도...겁만 먹지말고...그런사랑.....애써볼래요.^^*
허 경조 (2008-08-09 05:12:16)
저는 아직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어떤 심정인지는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예수님과 연관된 지진은 십자가 처형시(마27;5)
부활시(마28;2)
또한 세상의 종말이 있기전 처처에 지진이 있으리라고 예언하셨습니다. (마24;7 , 막13;8 , 눅21;11)
마지막으로 어린양이 여섯째 인을 뗄때 큰 지진이 발생한다고 재차 언급되기도 합니다(계6;12)
인간의 연약함을 다시금 깨닫고 기도하는 수 밖에
우리가 할 일이 없을진대 그 생각도 안날때는
그저 옆사람을 껴안는 것 외에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연희 (2008-08-12 12:45:18)
살아가는것이 어쩔수 없는것들 투성이지만
지진...내 육신이 묻힐 흙의 반란
그끔찍한 한계를 잠시 경험했네요.
그래요...껴안는다는것은 그렇게 큰 힘이었어요.
허경조선생님의 오랜만의 흔적도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