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부엌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심심한 뒷마당에
조그만 분수대 하나 들여 놓았다
새 떼들 모여들어
물 마시고 목욕하는 아침나절
찻잔을 손에 들고 창 밖을 내다본다
제 세상 만난 듯 발길질에 몸 털기에
재재재재 소리도 청아하다
사선을 그으며 나르는 물방울
지나가던 바람의 정체도 드러나고
벽을 타고 올라와 창 안을 기웃대던 자잘한 꽃도
물소리 향해 일제히 고개 돌리며 팔랑
퍼지는 향기에
허밍버드 한 마리 꽃 우로 맴을 돌고
합류할 기회를 노리는 듯 다람쥐 몇 마리
알레그로의 음계를 타고 담장 위를 오르락내리락
호흡하는 것들 졸졸졸 무대로 딸려 나온다
다 보고 있었구나 다 듣고 있었구나
조그만 변화에 반응하는 생명
옆집 담 위로 불쑥 솟은 팜 트리
지휘하는 손인 듯 초록 깃발 흔들어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