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옆에서/오연희
하루 지나면 값이 곤두박질치는
만개한 국화 옆에서지독하게 값을 깍아대는
여고동창 얼굴이 퍼드러진 국화보다
야속하다
아들 하나 보다 못한 딸 넷이
한 철 벌어들인 꽃값보다 더 비싼
한복 곱게 차려입고
국화를 들러리 삼아
사진기를 눌러댄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얼굴에
가을햇살 곱게 내려 앉는다
베개 속 국화 꽃잎
문풍지 속 꽃무늬 이파리
그윽한 아버지 훈기로
겨울을 덥힌다
아버지의 속 울음 소리 깊게 배인
국화향기
2004년 미주문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