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8.18 04:51

등산화를 손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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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를 손질하며

  오정방
  

  

오랜만에
참으로 오래간만에
너와 마주한다

이민 보따리 속에 싸여
함께 태평양을 건넌지 18년
네게 한동안 무심했던 것 미안하구나

수 많은 고국의 산길을
너와 같이 걸었던 기억이사
이제 와서 새삼 열거하여 무엇하리

수십년 인고의 세월에
오직 주인의 안전만을 위하느라
너의 콧잔등엔 영광의 상처가 선명하고
바닥 밑창은 적지 아니 닳아졌으나
치수는 오랜 우정처럼 변함이 없구나

문득, 등산화 바닥 잇새에 끼인 하얀 돌
어디서 옮겨 온 것인지를 재어보다가
도무지 기억해낼 수 없는 생각을 그만 접고
발바닥 깔창과 구두끈을 점검해준 뒤
카펫 위에 하룻밤 편안한 잠을 재우며
등산화를 향해 조용히 속삭인다

‘내일 함께 즐거운 산행을 하자꾸나’
하고

                     <200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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