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9
어제:
133
전체:
5,032,098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7 14:18

푸쉬킨에게

조회 수 510 추천 수 7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푸쉬킨(Pushkin)에게  



                                       이 월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삶이 우리를 속인 적이 있었던가요
늘 정확한 걸음으로 다가와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어김없이
날 옮겨다 준 것이 삶이 아니었던가요


때때로 약속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도 간간이 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기다리게도
지치게도
저버리기도 했지만
삶은 결코 나를
기다리게도
지치게도
저버리지도 않았습니다


선묘하게 그어진 손금처럼 타고난 인자따라
걸어온 보폭만큼만
내가 가진 그릇 만큼만 정확히
배급 받은 것이 삶이 아니던가요


갓난아이 때부터 받은 사랑의 농도
항아리에 채워진 물처럼
삶이 흔들릴 때마다 채워진 꼭 그만큼만
정확히 떨어뜨려 주었고


안온한 현실과의 타협으로 외면했던
나의 순수와 진실
투명한 어망으로 드리워져
다음날 혹은 십년 후
언젠가는 꼭 나를 옭아매는 것이
잔인하리만큼 올곧은 삶의 복수였지요


나의 과거가 그대로 투영되는
끔찍한 미래의 복사 작업
무시해버려도 그만일 나 하나조차
삶은 속이지 못했습니다.
한번쯤 건너뛰어주길 간절히
간절히도 바랬었지요
한번쯤 실수로라도 눈감아주길
애절한 눈물로 기도했었지요


표정없는 얼굴로도 저울에 단듯한
적량의 미소와 눈물을 어김없는 시간에
배달해 주고 있는
바로 그 삶에게 붙들린 나의 두 손
눈밭을 맨발로 걸어도 시리지 않음은
나의 어깨 위에 햇살처럼 걸터앉아 동행하는
목숨같은 삶의 정직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7-02-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 영시 Reading You 1 이월란 2016.08.16 137
110 시평 김기택 시평 이월란 2016.08.15 135
109 물병과 병물 이월란 2021.08.16 132
108 영시 Sunset 이월란 2016.08.16 130
107 영문 수필 Plato’s Cave, Republic, Book VII 이월란 2014.05.28 129
106 오디오북 이월란 2021.08.16 128
105 난간에서 이월란 2016.09.08 128
104 시평 유성호 시평 이월란 2016.08.15 127
103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122
102 낙엽 이월란 2015.03.30 122
101 영시 The Borderland 이월란 2016.08.16 120
100 시평 유안진 시평 이월란 2016.08.15 120
99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116
98 가짜 귀고리 이월란 2016.09.08 116
97 영시 Gone With the Wind 1 이월란 2016.08.16 115
9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95 영시 A Curious Genealogy 이월란 2016.08.16 114
94 영문 수필 "The Arabian Nights" 이월란 2014.05.28 114
93 영문 수필 The Analects 이월란 2013.05.24 112
92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1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