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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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7.05 01:45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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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


                                                                         이 월란



한참토록 꽁무니를 바짝 따라 붙어 묵시의 협박을 날려도
꿈쩍도 않고 최저속도를 유지하며 벌벌 기어가고 있다
혈압이 오르자 깜빡이도 없이 추월을 해버렸다
오른쪽 차선으로 멀어지는 거북이차의 앞 좌석으로 눈을 흘겨주는데
호호 백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은발인형처럼 나란히 앉아 계시다
이번에도
번번이 악에 받쳐 추월을 하고 나서 뒤돌아보면
천추설같은 머리카락을 뽀얗게 쓰고 앉아 운전을 하는 노인네들
못됬게 추월을 한 것도, 눈을 흘긴 것도 모조리 죄스러워
더 빨리 달아나버린다
페달에 걸친 세월에도 바퀴가 달리고
핸들에 감긴 세월에도 날개가 달려
허연 머리카락을 덧머리처럼 쓰고 앉은 내가 백미러 속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나를 쫓아 오고 있다

                                                                     200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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