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
어제:
133
전체:
5,032,082

이달의 작가
2009.02.08 14:15

체중계

조회 수 375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체중계


                                                              이월란



내게 아픔이 온 것은
새처럼 아픔이 온 것은 가벼워지기 위해서였으리
정확한 측량을 위해서라면
누더기같은 가식과, 신발창처럼 덧댄 보호막도
허물벗듯 훨훨 벗어버려야 하는 법
지금도 자라고 있는, 열망에 날리고 있는 머리칼 정도야
새털처럼 가벼워 외면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고
구근 들어낸 꽃처럼 기다림마저 삭제된 백지 위에서라도
빈집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다면
한 줌 어둠의 무게를 달아낼 수 있다면 싶어
비만해지는 상승욕구와 여윈 천성은 늘 상존하는 법
한번의 착지로 생의 수치를 가늠해버리는 습성으론
피하에 체지방처럼 쟁여 놓은 삶의 깊이마저 어차피 눈 밖의 일
오늘도 눈으로 흘린 물만큼 입으로 마셨고
하늘에서 내린 비만큼 안개같은 사람들도 증발했다는데
최소한의 연명선까지 미리미리 뼈와 살을 추려내고 싶다
슬픔의 무게가 좀 감해졌을까
세월의 무게가 좀 더해졌을까
맨발을 올려 본다
아날로그 계기판에 새겨진 기억의 진자운동
알몸으로 숫자를 벗겨내고 있다

                                                          2009-02-0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1 청연(淸緣) 이월란 2008.05.09 370
210 체모 한 가닥 이월란 2010.01.19 396
» 체중계 이월란 2009.02.08 375
208 초보운전 이월란 2012.05.19 373
207 초콜릿의 관절 이월란 2010.01.04 365
206 촛불잔치 이월란 2008.05.10 362
205 추격자 이월란 2012.05.19 309
204 제2시집 추월 이월란 2008.07.05 214
203 출근길 이월란 2009.04.05 241
202 출처 이월란 2009.04.21 273
201 춤 추는 노을 이월란 2008.05.10 258
200 춤추는 가라지 이월란 2009.04.09 274
199 춤추는 살로메 이월란 2010.02.21 424
198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197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196 치병(治病) 이월란 2008.05.07 471
195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194 견공 시리즈 침묵 (견공시리즈 127) 이월란 2014.06.14 278
193 칭기즈칸 이월란 2013.05.24 386
192 카멜레온 이월란 2009.10.17 269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