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9
어제:
245
전체:
5,032,703

이달의 작가
2008.05.09 09:28

버리지 못하는 병

조회 수 865 추천 수 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버리지 못하는 병


                                                         이 월란





첫 아이 첫 생일 때 불 밝혔던 초
서랍안에서 떨어지는 촛농 붙들고 아직도 서 있다
신심(信心)에 불이 붙어 어린생명들 눈길 붙들려
밤새워 그렸던 물고기 뱃속에서
요나가 턱을 괴고 십오년째 옷농 구석에 앉아 있다
철 모를 때 입고 다니던 노랑색 파카
차가운 골목길 그림자 하나 목도리처럼 두르고
구석빼기 옷걸이를 붙들고 놓지 못한다
품어주기엔 너무 커버린 아이들 젖내나는 웃음 소리가
따글따글 섞갈리는 조약돌 주머니, 선반 구석에서
숨죽이려 키득거리고 있다
마음밭을 어지럽히는 버려도 될 것들을
아망스럽게도 쌓아 놓고 있나보다
나 조차도 버려야 할 때 예고없이 온다는데
연습은 언제 하려는지
한 번 버리면 열 번, 백 번 후회할 것 같아
눈으로 밟고 지나갈 때마다
텅빈 미소가, 눈물이, 회한이 솟구쳐도
버리지 못하는
고칠 수 없는 병

                                                         2006-12-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 로또 사러 가는 길 이월란 2011.12.14 742
70 제2시집 물 위에 뜬 잠 1 이월란 2008.05.10 792
69 수필 라스트 노트 이월란 2009.09.04 794
68 제2시집 모하비 이월란 2008.08.26 799
67 영문 수필 논문번역 (윤동주국제문학심포지엄) 이월란 2010.06.07 817
66 비행기를 놓치다 이월란 2012.01.17 841
65 영문 수필 The New Deal 이월란 2010.11.24 859
64 영문 수필 "Beauty and the Beast " 이월란 2014.05.28 860
»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62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61 영문 수필 The Struggle for Free Seech at CCNY, 1931-42 이월란 2010.11.24 947
60 영시 윤동주시 번역 5 이월란 2010.06.07 1087
59 영시 Airport Terminal 1 이월란 2016.08.16 1132
58 영문 수필 "Laüstic" (Nightingale) 이월란 2014.05.28 1325
57 영문 수필 Marxism and Neo-Marxism in Kafka’s "In the Penal Colony" 이월란 2014.05.28 1352
56 영시 Like a Dog 이월란 2016.08.16 1386
55 영문 수필 Badenheim 1939 이월란 2013.05.24 1579
54 영시 A Wheelchair and An Equation 이월란 2016.08.16 1641
53 영문 수필 Anon, Tale of Two Brothers, Egyptian fairy 이월란 2014.05.28 1727
52 수필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1 이월란 2009.09.04 1736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