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6
어제:
180
전체:
5,032,455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09.10.21 12:46

할로윈

조회 수 309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할로윈



이월란(09/10/21)
  


내장을 꺼내들고 시가행진 중인 아이들 위로
오렌지 빛 호박이 고명처럼 날아다녀요
마녀와 동거하는 애기자궁을 키우며 사는 아이들은
헐크로 변장한 옷으로 밤을 찢어 펄럭이며 뛰어다녀요
셸리마저 죽이려드는 프랑켄슈타인이 북극해의 빙하로 굳기 전에
캔디 캔디를 주세요 마약이 섞이지 않은
관능의 식용물감에 담그지 않은
순결하고도 순진한 캔디를 주세요
고막이 터지지 않는 건 마시멜로 같은 켈트족의 전설에
첨벙 뛰어들기 때문이죠
신데렐라의 분칠한 인형들이 웃음에 걸려 넘어지고 일어설 때
오즈의 마법사가 만든 캔디를 주세요
울지 않을 게요 피딱지 말라가는 뱀파이어의 목에 걸린
백혈의 통증으로 마비된 캔디를 주세요
당의정 같은 악의 꽃이 그려진 캔디를 먹고도
마지막 가을의 하루만이라도 낙엽처럼 구르는
우리는 쫓겨난 계절만 파먹고 사는 비렁뱅이 피조물
잭-오-랜턴의 불꽃 속에 박힌 빛의 이빨로 어둠을 부수고
동심의 그림자 속에 웃고 있는 요귀들을 섬겨요
오늘은 불구의 마음들이 육신을 입는 밤
오늘은 불구의 육신들이 온전하게 외출하는 밤
꼬마악령의 무덤 같은 볼록 꽃밭 위로 만삭의 산통이 지나가면
어둠의 목을 조이는 알록달록한 손들 사이로
명랑하게 본뜬 죄성
Trick or Treat! Trick or Treat!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 원형나비 이월란 2008.05.09 329
90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이월란 2008.05.09 481
89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88 유럽으로 간 금비단나비 이월란 2008.05.09 370
87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86 제1시집 부를 수 없는 이름 이월란 2008.05.08 402
85 너에게 가는 길 이월란 2008.05.08 460
84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83 눈꽃사랑 이월란 2008.05.08 406
82 잃어버린 날 이월란 2008.05.08 352
81 탄식 이월란 2008.05.08 303
80 숨바꼭질 이월란 2008.05.08 364
79 진흙덩이 이월란 2008.05.08 347
78 하얀 침묵 이월란 2008.05.08 344
77 그들은 이월란 2008.05.08 436
76 왕의 이불 이월란 2008.05.08 571
75 불가사의(不可思議) 이월란 2008.05.08 355
74 1회용 장갑 이월란 2008.05.08 492
73 너에게로 이월란 2008.05.08 350
72 겨울약속 이월란 2008.05.08 362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