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이월란 (2016-7)
멀쩡한 좌회전 신호들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직진 아니면 유턴이다
체증 때문인지 안전 때문인지
돌지 않곤 방향을 바꿀 수 없다니
왼쪽에 핀 꽃들은 늘 더 화려했고
맘대로 나를 몰고 다니던
당신은 늘 어지러웠다
부드러운 회전 끝에
갈 수 없는 나라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잡히지 않던 왼가슴의 멍울
돌아서 나오다보면
왼쪽은 다시 오른쪽이 된다
좌회전이 되지 않는 핸들을 안고
늘 왼쪽으로 돌아눕는
당신을 본다
돌기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