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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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21.08.16 14:20

노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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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5

이월란 (2020-2)

 

 

붉은 반점에 손을 대면

더 붉어지는 상처가 있다

 

 

어두워지는 쪽이 한 걸음씩 신중해져

해 뜨는 곳이 멀어질 때

 

 

통증이 오는 방향으로 날아가던 새 한 마리

혈흔 한 점 물고 지평선을 넘었다

 

 

아버지가 죽자 엄마는 집이 무섭다며 자꾸만

서쪽으로 서쪽으로 집을 옮겼다

 

 

점화되는 황혼

땅 끝에서 차렵이불 같은 파란 하늘을 끌어당긴다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해 떨어지는 소리

 

 

집이 발갛게 물들었을 때

아직도 집이 무섭다는 엄마의 저문 등에서

새 한 마리 푸드득 날아올랐다

 

 

부고가 날아온 초저녁 가슴으로 불이 번지는데

서쪽으로 자꾸만 손이 갔다

 

------------------------------- [시작노트] ------------------------------------

작은 상처가 생기면 눈으로라도 잊어야지 빨리 아문다. 하물며 이것저것 만진 손끝으로 한 번씩 쓸어보거나 두드려보는 나쁜 버릇. 아무는 시간을 빼앗기고 노염으로 덧나는 기억이 있다.

노을에 젖고 나면 흙빛 어둠이 두렵지 않다. 노을 사이로 지는 햇살에 눈이 찔리면 어둠의 분신이 된다. 붉은 것에 마음이 가는 이유가 모두 산 너머에 있는 듯하다. 사라지는 것에 마음이 가는 이유가 모두 하늘 아래 있는 듯하다. 노을이 예쁜 집으로 이사를 온 후 해질녘마다 엉뚱하게 바빠진다. 붉은 해가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자주 놓쳤다. 내일은 꼭 챙겨봐야지, 하면서도 늘 서쪽 끝에 있겠지, 믿는 구석이 생긴 듯하다. 그렇게 놓치고 또 놓친 이름들은 어쩌면 매일 더 아름다워지고만 있는지. 한 줄이라도 띄워두면 여운이 와서 터를 잡는다. 오늘과 내일의 행간에 노을이 있다. 매일 다른 시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저물녘에 당신의 얼굴을 걸어두었다. 내일이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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