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7
어제:
338
전체:
5,022,216

이달의 작가
2021.08.16 14:20

노을 5

조회 수 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노을 5

이월란 (2020-2)

 

 

붉은 반점에 손을 대면

더 붉어지는 상처가 있다

 

 

어두워지는 쪽이 한 걸음씩 신중해져

해 뜨는 곳이 멀어질 때

 

 

통증이 오는 방향으로 날아가던 새 한 마리

혈흔 한 점 물고 지평선을 넘었다

 

 

아버지가 죽자 엄마는 집이 무섭다며 자꾸만

서쪽으로 서쪽으로 집을 옮겼다

 

 

점화되는 황혼

땅 끝에서 차렵이불 같은 파란 하늘을 끌어당긴다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해 떨어지는 소리

 

 

집이 발갛게 물들었을 때

아직도 집이 무섭다는 엄마의 저문 등에서

새 한 마리 푸드득 날아올랐다

 

 

부고가 날아온 초저녁 가슴으로 불이 번지는데

서쪽으로 자꾸만 손이 갔다

 

------------------------------- [시작노트] ------------------------------------

작은 상처가 생기면 눈으로라도 잊어야지 빨리 아문다. 하물며 이것저것 만진 손끝으로 한 번씩 쓸어보거나 두드려보는 나쁜 버릇. 아무는 시간을 빼앗기고 노염으로 덧나는 기억이 있다.

노을에 젖고 나면 흙빛 어둠이 두렵지 않다. 노을 사이로 지는 햇살에 눈이 찔리면 어둠의 분신이 된다. 붉은 것에 마음이 가는 이유가 모두 산 너머에 있는 듯하다. 사라지는 것에 마음이 가는 이유가 모두 하늘 아래 있는 듯하다. 노을이 예쁜 집으로 이사를 온 후 해질녘마다 엉뚱하게 바빠진다. 붉은 해가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자주 놓쳤다. 내일은 꼭 챙겨봐야지, 하면서도 늘 서쪽 끝에 있겠지, 믿는 구석이 생긴 듯하다. 그렇게 놓치고 또 놓친 이름들은 어쩌면 매일 더 아름다워지고만 있는지. 한 줄이라도 띄워두면 여운이 와서 터를 잡는다. 오늘과 내일의 행간에 노을이 있다. 매일 다른 시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저물녘에 당신의 얼굴을 걸어두었다. 내일이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처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1 영문 수필 Go Through Disability 이월란 2012.02.05 22155
1630 영시집 The Reason / The Author, About the publishers 이월란 2016.08.15 22038
1629 영시집 Walking the forest path 이월란 2010.05.02 20933
1628 영문 수필 Why Joe Became a Criminal? 이월란 2012.08.17 19372
1627 영문 수필 “Farmingville” 이월란 2012.08.17 18689
1626 영문 수필 "The Ingenious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이월란 2014.05.28 15316
1625 영시 The Funeral in the Trees 이월란 2016.08.16 14912
1624 영문 수필 Shitty First Drafts 이월란 2011.01.30 14746
1623 영시 Alaska 이월란 2016.08.16 12919
1622 영시집 Alaska 이월란 2012.02.05 12377
1621 영문 수필 Cajun or Creole? 이월란 2014.05.28 12018
1620 영시 Guinea Pig Arbeit 이월란 2016.08.16 11796
1619 영문 수필 Goodbye, Children 이월란 2013.05.24 10722
1618 영문 수필 Atheist Credo 이월란 2013.05.24 10192
1617 영문 수필 Historical Development of Korean Language 이월란 2014.05.28 8452
1616 영문 수필 A Brief History of Jewelry 이월란 2010.11.24 7019
1615 영시 Cyber ​​Games 이월란 2016.08.16 6839
1614 영문 수필 Cypher's Choice 이월란 2012.02.05 6180
1613 영문 수필 Became an Optimist 이월란 2011.07.26 5573
1612 영시 A Freeway on a Cloudy Day 이월란 2016.08.16 510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