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7
어제:
142
전체:
5,026,330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0

미로아(迷路兒)

조회 수 299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로아(迷路兒)


          
                                                          이 월란




오늘같은 날은 길을 잃어도 좋겠네
잃어서 다시 찾을 그 길이 이 길이어도
몸 밖으로 길게 뻗어나와 찾아야 할 이 길이
학의 목같은 기다림 속에서
묵은지처럼 짭쪼롬한 권태에 절여진 이 길이
헤매임 속에서 한번 헹구어진다면, 한번 더 간이 배인다면


오늘 같은 날은 눈속임하듯 슬쩍 놓아버리고 길을 잃어도 좋겠네
애 태우듯 다시 찾아가고 싶어지겠네
무언가에 닿아야만 길이 보여지던 바람처럼
헤살놓듯 투명히 가로막은 장애물들이 한걸음 비켜서면
바람에 흔들리듯 훤히 보일 것 같아


오늘 같은 날은 길을 잃어도 좋겠네
가다가, 나처럼 길 잃은 소낙비를 만나 남의 집 처마아래
하염없이 빗살과 눈 맞추고 서 있어도 좋겠네
추월에 정신 팔린 차바퀴에 흙탕물이 튀어도 분내지 않을 것 같은
오늘 같은 날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은 세상이란 걸 알면서도
목 뺀 담장 너머로 끊임없이 연서(戀書)를 띄우는 나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 오늘 같은 날은


성대도 생식기도 제거된 불비(不備)의 연골로도
빳빳이 걸어갈 수 있는 법을 어느정도 익힌 불혹(不惑)의 나이 어디 쯤에서
평생이 미혹(迷惑)일 것 같은 난, 길을 잃어도 좋겠네
                                                  
                                                                                                                                                        2007-08-0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1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38
230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78
»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299
228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227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4
226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4
225 수필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589
224 제1시집 바람서리 이월란 2008.05.09 330
223 제1시집 동굴 이월란 2008.05.09 340
222 눕고 싶을 때가 있다 이월란 2008.05.09 400
221 유리기둥 이월란 2008.05.09 379
220 제1시집 바람의 길 2 이월란 2008.05.09 347
219 그 여자 이월란 2008.05.09 316
218 꽃상여 이월란 2008.05.09 316
217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216 제1시집 바람의 길 이월란 2008.05.09 378
215 제1시집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5.09 415
214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213 누전(漏電) 이월란 2008.05.09 350
212 제1시집 살아도 거기까지 이월란 2008.05.09 322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