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0
어제:
189
전체:
5,026,241

이달의 작가
2009.04.05 11:01

허물벗기

조회 수 294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허물벗기



이월란(09/03/30)
  



빈병에 라벨을 붙이듯 입은 옷을 벗을 때마다 체온 한 줌씩 묻어 나온다. 몸을 흔들어 수은을 내려도 중독된 좌우의 체온은 완강하다. 옷을 벗을 때마다 핏줄 한 가닥씩 풀려 나온다. 속임수를 모르는 혈통이 후덕한 군주로 군림할 때마다 생의 고음에서 찢어지던 목청, 그렇게 시간을 다 벗고 나면 이 땅의 누명이 벗겨질까. 촌티나는 목숨을 벗고 나면, 미숙한 핏덩이 재가 되고 나면 나비 등에 엎혀 저 먼산에 눈처럼 누울까. 백성같은 목숨을 탕진한 벼슬아치의 관복을 벗고 나면 대지의 혐의를 그제야 벗고, 살아도 살아도 신참인 가면이 마침내 지워질까. 웃통 벗듯 화상 입은 잔등을 씻어내고 작은새 발자국을 허공에 찍으며 시간의 벽을 넘을까. 낙서같은 가명이 지워진 백지 한 장의 차이로, 구태의 허물을 벗고 그제서야 가벼운 발을 사푼히 내릴까.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91 영시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이월란 2016.08.16 78
1590 영시 Roses of Sharon Have Blossomed! 이월란 2016.08.16 80
1589 영시 An Infected Person 1 이월란 2016.08.16 83
1588 영시 A Winter Hairtail 이월란 2016.08.16 88
1587 영시 The Hospice Nurse’s Last Will 1 이월란 2016.08.16 88
1586 제3시집 오래된 단서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89
1585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89
1584 영시 This Man 1 이월란 2016.08.16 91
1583 영시 Genghis Khan 이월란 2016.08.16 92
1582 영시 Someone is Cancelling Me 1 이월란 2016.08.16 94
1581 영문 수필 Gender Differences in Conversational Styles 이월란 2014.05.28 95
1580 영시 Undocumented Aliens 이월란 2016.08.16 96
1579 영시 Without You, the Thing Which Loves You Is 이월란 2016.08.16 97
1578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1577 영문 수필 "American Tongues" 이월란 2014.05.28 100
1576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1575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100
1574 영시 Halloween 이월란 2016.08.16 102
1573 영문 수필 A Portrait of Segregation in New York City’s Schools 이월란 2013.05.24 103
1572 영시 The Camellia Girl 1 이월란 2016.08.16 10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