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0
어제:
142
전체:
5,026,293

이달의 작가
2009.08.01 08:15

망할년

조회 수 455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망할년



이월란(09/08/01)



그녀는 그 집안의 전성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누렇게 뜬 조막만한 흑백사진들은 모두가 그녀의 인형같은 발레사진, 그녀는 중학교 입학시험 후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와 다정하게 시험문제를 풀어보았단다.


그녀의 바로 밑에 동생은 그 집안의 몰락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언니의 당당함과 자신감 아래 엎드려 벙어리처럼 말이 없던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야 했으며 주말빨래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했다. 여고 졸업 후 아버지 사무실에서 얌전히 일을 배우던 그녀는 어느 날 외박을 했나보다. 아버진 그녀를 화냥년이라 했고 엄만 그녀를 망할년이라 했다. 그래도 그녀가 어떤 화냥질을 했는지 어떤 망할짓을 했는지, 또는 왜 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발레리나는 학벌만 번지르르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화냥년은 화냥질인지 연애질인지를 한 남자에게로 시집을 가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용돈을 챙겨준 건 그 화냥년이었다. 엄마가 몸져 누웠을 때 엄마를 데리고 간건 그 망할년이었다.


엄마도 돌아가시고 딸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남의 축복을 팔러다니는 전도사가 되어 하나님만을 머리 위에 모시고 사는 안하무인 발레리나는 -우리 아버진 난 남자였고 우리 엄만 너무 무식한 여자였어- 모르고 가신 부모가 안타까워 혓날이 서는데 그 망할년은 담배만 뻐끔뻐끔 말이 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1 손목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는데 이월란 2008.05.10 362
290 왕따 이월란 2008.05.10 241
289 어떤 기다림 이월란 2008.05.10 216
288 내 당신을 이월란 2008.05.10 232
287 눈부셔 눈부셔 이월란 2008.05.10 245
286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285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284 단풍 2 이월란 2008.05.10 267
283 단풍 이월란 2008.05.10 253
282 나의 사람아 이월란 2008.05.10 361
281 다녀간 사람들 이월란 2008.05.10 368
280 제2시집 미망 (未忘) 이월란 2008.05.10 271
279 가을주정(酒酊) 이월란 2008.05.10 276
278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월란 2008.05.10 347
277 生의 가녘 이월란 2008.05.10 261
276 사랑 3 이월란 2008.05.10 255
275 Dexter 이월란 2008.05.10 248
274 우린 모르니까요 이월란 2008.05.10 318
273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272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