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5
어제:
142
전체:
5,026,328

이달의 작가
2010.03.22 15:31

봄, 여름, 가을, 겨울

조회 수 466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10/03/14)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세월 속의 봄은 여름을 부르고
겨울이 지나면 또 다시 봄햇살이 찾아오지만
인생의 사계절은 단 한 번의 봄과
단 한 번의 여름과, 단 한 번의 가을과
단 한 번의 겨울로 끝이 납니다


봄꽃처럼 멋모르고 피었다 진 유년의 봄은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 아직도 봄입니다
삶의 뜨거운 볕 아래 홀로 좌충우돌했던
청춘의 여름은 나 대신, 누가 살아온 계절이었을까요


육신의 낙엽이 소리없이 쌓이던 중년의 가을은
세상의 여느 계절보다 스산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계절 아래 검은 머리칼 위에는
흰 눈이 영원히 녹지 않을 것처럼 쌓여 있어
육신은 춥고 배고파도 마음만은 늘 봄입니다

  
단 한 번의 봄과
단 한 번의 여름과
단 한 번의 가을이
단 한 번의 겨울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꼭 봄이 다시 찾아 올 것만 같습니다


사계절이 뒤섞여 걸어다니는 거리마다
겨울의 하얀 눈을 쓴 두 눈동자는
봄의 새싹처럼 설레이기도
여름의 찬란한 햇살처럼 뜨겁기도
가을의 붉은 단풍처럼 타오르기도 합니다


나를 싣고 달리는 세월의 바퀴가 덜컹일 때마다
나는 이제, 나를 내려놓을 준비를 합니다
굽어지는 허리가 고단할지라도
아, 얼마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단 한 번뿐인 나의 계절들이었던가요
그 때는 결코 알지 못했던



--한국, 노인의 집에 드리는 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1 영시집 A hunch 이월란 2010.05.02 471
1410 치병(治病) 이월란 2008.05.07 471
1409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1408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1407 영시집 Rapture 이월란 2010.04.05 469
1406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1405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1403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1402 상상임신 3 이월란 2010.04.23 465
1401 하늘 주유소 이월란 2011.12.14 464
1400 사랑을 달아보다 이월란 2011.10.24 464
1399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1398 영시 윤동주시 번역 4 이월란 2010.06.07 464
1397 호텔 YMCA, 채널1 이월란 2010.05.25 464
1396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1395 바람개비 이월란 2010.08.22 463
1394 마지막 키스 이월란 2010.06.28 462
1393 오줌 싸던 날 이월란 2009.01.16 462
1392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61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