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뇌
2016.10.15 11:35
인간과 고뇌
秀峯 鄭用眞 시인
‘내가 구하는 목수는 찾지 못할진대 무한의 윤회, 내 앞에 서리라. 아 끝 없는 탄생은 고통인저 목수여 그대는 잘 간파하나니, 이제 또다시 집짓는 일은 없으리라. 그 대들보는 부러지고 연목은 떨어졌도다. 적멸에 든 영혼만이 내 번뇌의 목마름을 없애리라.’
성자 석가의 말씀이다. 기독교에서 죄의 원리와 구원관을 종교의 핵심으로 다루듯 불교에서는 고뇌와 해탈을 그 기본으로 삼는다. 그러기에 불교에서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큰 괴로움과(生老病死),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하는 괴로움(愛別離苦), 미운사람과 만나야하는 괴로움(怨憎會苦),구하고자하나 얻어지지 아니하는 괴로움(救不得苦),자신이 까닭 없이 자기를 괴롭히는 괴로움(五陰盛苦)을 합해서 인생 팔고라고 말한다.
고(苦)는 집착과 갈애(渴愛)에서 생긴다고 보는 것이 불교의 고뇌관이요, 전생의 업보에 의하여 현생이 주어진다는 윤회사상(輪回)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인간사에 있어서 이와 같은 고뇌와 번민이 일찍이 없었던들 위대한 사고도 없었을 것이고 인간을 영원으로 인도 하는 종교도 필요 없었을는지 모른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고 안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뇌는 존재하고 번민은 있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는 왜 나에게만 이런 번민이 따라다니나 하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고 이로 인하여 생의 비극을 자초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러한 번민과 고뇌를 넘어서 우리에게 무한한 감격과 교훈을 남겨 준 선인들의 선례를 더듬어 보면 우리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힘이 생길 것이고 길이 있음을 발견 할 것이다.
철인 니이체는 신을 부정하고 대지에 충실 하는 운명애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발견 하려했고, 성 어거스틴은 자기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낡은 인간관에서, 영의 질서 속에서 신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을 얻을 때까지 무서운 영혼의 편력을 거쳐야 했다.
신을 향하여 신음하면서 우수와 불안을 극복했던 키에르케고르, 외로움이 없는 날의 나의 생활은 물 없는 물고기 생활과 같다고 술회한 하우프트만은 모두 고뇌를 넘어선 거보요, 절망을 이겨낸 인생의 본보기 들이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에 고뇌와 결별할 수 없는 운명적 존재이다. 이를 스스로 극복하고 넘어선 사람들만이 생을 바로 산 사람들이요, 후손들에게 무엇인가를 남겨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청교도들의 깊은 고뇌가 오늘의 미국을 만들 수 있었고, 고국을 잃은 2천 년의 번뇌가 없었던들 오늘의 이스라엘이 저처럼 강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인 릴케는 고뇌에 지친 인간을 향하여 ‘인생을 이해하려 하지마라, 하루를 축제 같이 살라.’고 역설적인 고뇌의 노래를 부르짖었다.
제자에게 배신당한 그리스도의 용서의 기도, 가난과 병고 속에서 싸우며 ‘고뇌를 통하여 환희에 도달하라.’던 악성 베토벤의 외침은, 나약하여 스스로 병들기 쉬운 인간들 앞에 보여준 영원한 정신적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현대에 출렁이는 히피족들의 괴상한 몸짓과, 유행에 혈안이 되어 거리로 뛰쳐 나오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문명인들의 심한 고독을 벗어나 보려는 안간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고독을 벗어나려는 자의 몸짓이 아니라 스스로 고독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의 광란에 불과하다. 참회를 통하여서만이 얻을 수 있는 기독교의 영생, 자기를 극복한 연후에 예로 돌아간 유교의 달덕, 적멸에든 영혼만이 번뇌의 목마름을 없애리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분명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음을 제시하는 등불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보다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종교마다 부르짖는 위대한 진리 앞에 고개 숙이고 가슴을 기울이자. ‘재능은 고독 속에서 연마되고 인격은 위난 속에서 거듭 난다.’는 역사의 엄연한 교훈을 되새기며 마음의 번뇌를 스스로 누르고 일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고뇌와 싸워서 이긴 정치가는 국민의 고뇌를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번뇌를 넘어선 종교가만이 어린 양을 신에게 인도할 수 있고, 참 고뇌를 배운 교육자만이 제자 앞에 떳떳이 설 수 있다.
고뇌 없는 인간은 지상에 존재할 수 없을진대, 인간의 고뇌를 영광으로 안내하는 <신곡> 연옥편의 싯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 산으로 오르려는 자 그 기슭에서 큰 고난을 당할지나 오름에 따라 고난은 덜하리라. 너의 고난은 이제 차츰 즐거움이 되고 머지 않아 극히 오르기 쉬우며 쪽배로 빠른 강을 내려가듯 하리라.’이 얼마나 깊게 인간의 가슴을 흔드는 싯구요, 나약한 인간들에게 인내와 용기를 북돋우는 슬기의 말씀인가!
우리는 그림자 처럼 따르는 생의 고뇌를 고매의 정신으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고뇌는 나약한 인간에게는 강하게, 강한 인간에게는 약하게 쉬임 없이 도전해 오고 있다. 고뇌를 스스로 넘어선 인간의 환희, 이것이 곧 지상의 천국이요, 천하 달덕의 경지요, 나 자신을 세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토(淨土)의 세계일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고뇌를 통해서 환희에 도달하자.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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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6.10.1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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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6.10.17 01:51
어떤 일생/ 천양희부판(蝜蝂 )이라는 벌레가 있는데 이 벌레는 짐 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무엇이든 등에 지려고 한다는데 무거운
짐 때문에 더이상 걸을 수 없을 때 짐을 내려주면 다시 일어나
또다른 짐을 진다는데 짐 지고 높이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평생 짐만 지고 올라간다는데 올라가다 떨어져 죽는다는데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은 시베리아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라는데 날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더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곡괭이를 팽개치고 지평선을 향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어간다는데 걸어가다 어느 순간 걸음을
뚝, 멈춘다는데 걸음을 멈춘 순간 밭고랑에 쓰러져 죽는다는데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어떤 일생"https://www.youtube.com/embed/fahr069-f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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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6.10.17 11:40
안녕들 하십니까? / 한치영
"https://www.youtube.com/embed/W1V3Cq-iy1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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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6.10.18 10:14
[한국가요] "소풍 같은 인생" - 추가열
너도 한번 나도 한번, 누구나 한 번 왔다가는 인생
바람 같은 시간이야-, 멈추지 않는 세월
하루하루소중하지, 미련이야 많겠지만
후회도 많겠지만-, 어차피 한 번 왔다가는 길
붙잡을 수 없다면, 소풍가-듯 소풍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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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 나훈아 -
이슬비가 내리네
보슬비가 소리없이 내리네
못다한 사랑의 눈물이더냐 아쉬움이더냐
아 ~ 사랑하던 사람아 내 마음을 아는가
이슬비에 젖어 봄비에 젖어
사랑을 잃은 눈물에 젖어
사나이는 사나이는 말없이 떠나간다
이슬비가 내리네
보슬비가 소리없이 내리네
떠나간 그 사랑의 눈물이더냐 그리움이더냐
아 ~ 떠나버린 사람아 내 마음을 아는가
이슬비에 젖어 봄비에 젖어
이별에 맺힌 한숨에 젖어
사나이는 사나이는 말없이 떠나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I9X9bI_gfI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