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27
어제:
29
전체:
459,553


2002.11.21 12:12

상한 사과의 향기

조회 수 561 추천 수 7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상한 사과의 향기


    

                            홍인숙(Grace)




    벌레가 베어먹은 과일의 향이
    더 짙고 달다는 것을 알았다

    상처를 안아본 사람의 가슴이
    더 깊고 따습다는 것을 안 것처럼

    일상에 예기치 않던 일들이
    불쑥불쑥 찾아들면
    깊은 수렁을 허우적거리며
    날카로운 계단을 올랐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낯선 얼굴
    상처투성이 살갗을 부비며
    내려다본 저만치 아래
    어느새 훌쩍 커버린
    사과나무로 내가 서 있었다

    상한 사과의 짙은 향기처럼
    내게도 이젠 성숙의 냄새가 풍겨난다
    깊고 따뜻한 가슴도 만져진다

    허우적거리던 수렁 속에서
    소리 없이 자란 내가 대견스런 날

    눈부신 하늘이
    맑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린
    여름날의 오후처럼.


    (2002. 10.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작)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29
169 부활의 노래 홍인숙 2003.04.19 870
168 불꽃놀이 홍인숙(Grace) 2010.02.01 1259
167 불면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1112
166 비 개인 아침 홍인숙 2002.11.14 696
165 비 오는 날 2 홍인숙(Grace) 2016.11.21 215
164 비를 맞으며 홍인숙 2004.01.30 622
163 비밀 홍인숙 2003.11.05 483
162 비상(飛翔)의 꿈 홍인숙 2002.12.02 294
161 비상을 꿈꾸다 홍인숙(Grace) 2016.11.01 63
160 수필 비워둔 스케치북  1 홍인숙(Grace) 2016.11.14 106
159 비의 꽃 홍인숙 2002.11.13 495
158 빈 벤치 홍인숙 (Grace) 2010.01.30 375
157 빗방울 1 홍인숙 2002.11.13 474
156 빗방울 2 홍인숙 2002.11.13 420
155 빙산 氷山   1 홍인숙(Grace) 2016.12.03 85
154 사라지는 것들의 약속    9 홍인숙(Grace) 2016.12.11 388
153 사람과 사람 사이 그레이스 2010.09.18 1051
152 사람과 사람들 2 홍인숙(Grace) 2016.10.01 217
151 사랑법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5 597
150 사랑은 1 홍인숙 2002.11.14 724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