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융프라우/정용진 시인
2016.09.26 09:35
나의 연인 융프라우(Jungfrau)
정용진 시인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을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고희(古稀)를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의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였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아! 아!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최고봉은 4,158미터 몽블랑으로 유럽 최정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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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맺은 인연의 손길은 누구에게나 따뜻했으리라.
비록 짧은 연륜이지만 느낌 말고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는 늘 설레고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인연도 있을 것이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서로에게 그런 따뜻한 인연.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그 인연이 불현듯 그리워 무턱대고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