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39
어제:
29
전체:
1,293,736

이달의 작가
2010.10.26 04:18

아버지 '었'

조회 수 11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버지 '었'/오연희



영이 떠난 몸은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섬뜩할 만큼 차가운 턱
“이마도 만져보고 볼도 만져보고 그러세요”
저승사자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젊은 장의사의 한마디
마음속도 꿰뚫는 영험함에 놀라 모두들 슬며시
아버지의 이마에 손을 얹는다

이생의 기운 드나들만한 구멍이란 구멍 모두 무명으로 채우다가
틀니 안 하셨섰..었...어요? 의아한 듯 묻는 장의사
(과거완료 ‘었’ 을 강조하느라 말을 더듬는다)
입맛이라도 쩝쩝 다시면 큰일이라는 듯 여지없이 틀어막는다
안 했어요. 느직하게 뒷북 둥, 울리는 엄마얼굴이 살짝 환하다

한줌의 재가 되어, 태평양 건너 당신아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어찌어찌
알아들은 마지막 말, 딸들을 황망하게 했던
아 아, 아버지 불속으로 드시는구나
앗 뜨거! 앗 뜨거! 복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동동거리며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어린 딸을 앞세운 어느 엄마의 사연이 아니더라도
벌떡거리는 몸 애써 붙잡는 사람들의 손에는 소주잔이 돌아가고
오래 곁을 지켜온 딸들은 합죽한 아버지 웃음 기어이 붙들고 늘어진다

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잔이면 족하시던
(당신이 한 게 뭐 있소? 타박소리 타작하듯 해대도 어허-,
외아들 눈감을 때 눈물 한 방울 없어 매정한 양반이라는 소리 들어도 어허-,
헛기침만 뱉으시던) 아버지
하늘과 땅 가지 못할 곳 없으시겠다
“한 달음에 만날 수 있을 테니 좋겠수!” 엄마의 마지막 핀잔에
어허-
벌떡 일어셨..섰...었겠다.



-미주문학 2011 가을호-  







?

  1. 시월의 시카고

    Date2004.10.27 Category By오연희 Views770
    Read More
  2. 신기루

    Date2007.03.14 Category By오연희 Views826
    Read More
  3. 신문에서 만나는 연예인과 스포츠인

    Date2016.07.01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127
    Read More
  4. 신부엌떼기

    Date2012.03.30 Category By오연희 Views788
    Read More
  5. 신선하고 재미있는 문화

    Date2012.09.04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589
    Read More
  6. 신화(myths)이야기/민경훈님 시토방 강의 요약

    Date2008.05.14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1712
    Read More
  7. 실버타운 가는 친정엄마

    Date2015.11.05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334
    Read More
  8. 아들아!

    Date2003.10.15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933
    Read More
  9. 아련한 추억하나

    Date2003.08.07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867
    Read More
  10. 아름다운 마지막 풍경

    Date2017.10.23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230
    Read More
  11. 아마 릴리스

    Date2013.10.05 Category By오연희 Views434
    Read More
  12. 아버지 '었'

    Date2010.10.26 Category By오연희 Views1144
    Read More
  13. 아버지의 자전거

    Date2005.03.16 Category By오연희 Views735
    Read More
  14. 아주 오래된 인연의 끈

    Date2015.07.06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292
    Read More
  15. 아줌마 1파운드 줄이기

    Date2008.08.22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1586
    Read More
  16. 아픔에 대하여

    Date2003.08.31 Category By오연희 Views641
    Read More
  17.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Date2017.09.25 Category수필 By오연희 Views264
    Read More
  18. 안개 속에서

    Date2007.06.13 Category By오연희 Views1040
    Read More
  19. 안단

    Date2014.02.13 Category By오연희 Views362
    Read More
  20. 안부

    Date2006.06.14 Category By오연희 Views69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1 Next
/ 21